넥슨의 대표 게임이자 캐릭터 IP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포스터. /넥슨 제공

게임사가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뿐 아니라 새로운 소비층 유입을 위해 게임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넥슨은 고(故) 김정주 창업주가 한국의 디즈니를 표방하며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로 확장하는 전략을 제시한 이후 꾸준히 관련 행보를 이어왔다. 넥슨은 지난 2020년 디즈니에서 인수합병(M&A)과 사업 개발 업무를 담당했던 케빈 메이어와 닉 반 다이크를 사외이사와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영입했다. 이후 이들의 주도하에 올해 초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 등을 제작한 미국의 영화 드라마 제작사 AGBO에 4억달러(약 5102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또 YG엔터테인먼트, 네이버와 공동 설립한 합작법인 YN C&S(컬쳐&스페이스)에 150억원을 출자해 확장현실(XR) 등 신기술을 활용한 미래형 콘텐츠 제작 시설 실감형 디지털미디어센터(I-DMC)를 경기 의정부시에 조성하는 등 영화, TV,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분야로 게임 IP를 확장하기 위한 판로를 마련하고 있다.

게임과 전통예술 접목한 '제1회 보더리스 공모전: PLAY판'. /넥슨 제공

게임업계에서 협업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분야까지도 넥슨은 IP를 적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넥슨재단은 오는 11일부터 12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게임과 전통예술을 결합한 공연 ‘제1회 보더리스 공연: PLAY판’을 개최한다. 예술단체가 메이플스토리 IP인 ‘검은 마법사’ 이야기에 전통예술인 ‘봉산탈춤’과 ‘상여소리’를 접목하고, 바람의 나라 IP인 ‘바보온달 퀘스트’를 모티브로 전통 음악극을 만든 것이다.

넥슨 관계자는 “게임 IP를 활용한 실험적인 예술 창작을 보더리스 공연 등을 통해 지원해 게임의 문화콘텐츠적 가치를 확산하고 예술의 저변을 확대하고자 한다”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사업을 통해 게임 IP의 가치를 다양한 영역에서 조명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 게임 화면. /스마일게이트 제공

스마일게이트는 게임의 글로벌 흥행을 내세워 다양한 매체로 IP를 확장해 성공을 거뒀다. 스마일게이트는 2020년 중국 드라마 제작사 유허그미디어와 협업해 게임 ‘크로스파이어’ IP를 바탕으로 동일 명의 드라마를 중국 텐센트 비디오를 통해 방영해 약 20억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중국 쑤저우 지역에 게임 내 총쏘기 대전을 즐길 수 있는 ‘크로스파이어 실내 스포츠 테마파크’를 선보이기도 했다.

흥행에 힘입어 스마일게이트는 영화 배급사 소니픽처스와 함께 할리우드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영화 ‘신과 함께’ 등을 선보인 영화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와 조인트벤처(JV)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를 설립하는 등 게임 IP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크래프톤도 자사 IP를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배틀그라운드의 탄생 비화를 담은 다큐멘터리 ‘미스터리 언노운: 배틀그라운드의 탄생’과 배우 마동석이 주연으로 출연한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를 선보였다. 또 웹툰 제작사 와이랩과 협업해 배틀그라운드 세계관과 연결된 웹툰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매체까지 게임 IP를 확장시켰다.

배틀그라운드 IP를 활용한 첫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 포스터. /크래프톤 제공

유통업계와의 협업에서도 크래프톤은 자사 IP를 활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CJ프레시웨이와 함께 게임 ‘뉴스테이트 모바일’ IP를 식품에 접목한 ‘뉴배 팡콘’ 팝콘을 출시하기도 했다. 게임 이용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 ‘뉴배(뉴스테이트 배틀그라운드)’와 팝콘이 게임 속 아이템인 수류탄처럼 터진다는 의미로 ‘팡콘(팡+팝콘)’을 합쳐 상품을 출시한 것이다.

라이엇게임즈는 지난해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캐릭터와 세계관을 확장해 장편 애니메이션 TV 시리즈 ‘아케인 시즌1′을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후 적극적으로 IP 활용 사업을 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아케인 시즌1을 제작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포티셰 프로덕션’에 지분투자를 올해 3월 단행했다. 소설과 음악까지 IP를 확장하려는 시도도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 세계관을 다룬 장편 소설 ‘대몰락’을 올해 9월 선보일 예정이며, 오는 25~26일엔 부산에서 게임 테마곡 등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 디 오케스트라 MSI 부산’ 음악회를 지난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던 음악회에 이어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