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LCD 생산라인 모습. /LG디스플레이 제공.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올해 1분기 엇갈린 실적을 내놨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트업(억눌린 수요가 폭발하는 현상) 효과가 사라진 상황에서 액정표시장치(LCD) 가격이 하락하자 LCD 매출 비중에 따라 두 회사의 실적이 정반대의 결과를 나타낸 것이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매출 7조9700억원, 영업이익 1조900억원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5.2%, 영업이익 202.7% 늘어난 규모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분기 기준 역대 최고 성적이다. 스마트폰 고객사의 판매 호조와 게이밍 중소형 발광다이오드(OLED) 등 신규 수요가 확대되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1분기 출하를 시작한 퀀텀닷(QD)-OLED의 경우 생산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 비율)이 빠르게 안정화되면서 실적 성장에 힘을 보탰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매출 6조4714억원, 영업이익 383억원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5.9%, 영업이익 92.7% 줄어든 규모다. 계절적 비수기에 전방 산업의 수요 부진으로 전체 제품 출하가 줄어들면서 LG디스플레이는 1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엇갈린 배경에는 LCD 가격 하락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위츠뷰에 따르면 4월 하반월 기준 TV용 LCD 가격은 4월 상반월과 비교해 1.7~6.6% 떨어졌다. 매출 규모가 큰 65인치 가격은 2주 만에 6.6% 하락해 낙폭이 가장 컸고 43인치, 75인치 등이 각각 5.1%, 3.9% 떨어졌다. 올 들어 가격 하락세가 잦아들었던 32인치도 3개월 만에 다시 하락했다. 모니터와 노트북에 들어가는 정보기술(IT) 패널 가격도 하락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27인치는 3.6% 내렸고, 21.5인치는 4.0% 떨어졌다. 노트북용 17인치와 15인치는 각각 2.1%, 2.4% 하락했다.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구조 비교 모습. OLED는 백라이트가 있는 LCD 대비 더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이에 따라 LCD 매출 비중이 큰 LG디스플레이가 직격탄을 맞았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를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매출의 65%를 LCD에 의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CD 가격이 하락하면서 LCD 매출 비중이 높은 LG디스플레이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하락했다”라며 “LG디스플레이가 OLED를 육성 중인 만큼 LCD 매출 비중은 꾸준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LCD 철수에 속도를 내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LCD 가격 하락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매출 비중은 5%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의 대부분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중소형 OLED에서 나온다는 의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삼성전자 등에 납품하는 일부 TV용 LCD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올해 하반기에 완전히 철수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LCD 가격이 아무리 떨어져도 삼성디스플레이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결국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평가받는 OLED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중국 업체들이 LCD 시장을 삼킨 상황에서 OLED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야 LCD 가격에 실적이 흔들리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OLED 전환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중국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기술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라며 “LCD 시장과 같은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