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3공장(P3)에 대한 장비 반입을 다음 달 시작한다. 애초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장비 세팅을 하려던 것이 두 달가량 늦어졌다.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는 P3는 올해 여름까지 장비를 지속적으로 들이고, 내년 초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다. 우선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며 초기 월 1만장의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당시 건설 중인 삼성전자 평택2공장(P2). /삼성전자 제공

26일 삼성전자와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P3는 건축허가면적 70만㎡, 길이 700m로 축구장 25개를 뭉쳐놓은 것과 엇비슷한 규모다. 이전 평택2공장(P2)의 경우 축구장 16개 수준의 공장이었는데, 1.5배 규모가 커진 것이다. 단일 반도체 공장(팹)으로는 세계 최대 크기다.

P3 규모가 큰 이유는 이 팹이 메모리·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복합 첨단 생산시설이기 때문이다. 극자외선(EUV) 노광공정을 적용한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D램과 176단 이상 7세대 V(버티컬)낸드, 3㎚ 초미세공정 파운드리 등 최신기술이 P3에 적용된다. 이런 시설을 갖추는 데에만 30조~50조원의 금액이 투입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ASML EUV 노광장비 NXE 3400. /ASML 제공

P3 시설 구축 순서는 낸드플래시, D램, 파운드리 순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오는 7~8월에는 D램 생산 장비 발주에도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D램을 생산하는 EUV 장비는 전량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것을 쓴다. 다만 최근 부품 수급 문제로 이 회사 장비 생산이 더디다는 점은 변수다. P3 D램 생산라인 구축 시기도 늦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P3가 하반기 완공되면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내 확보한 반도체 팹 부지의 절반 이상을 채우게 된다. 이어 삼성전자는 평택4공장(P4)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P3와 P4는 최근 데이터센터, 서버용 중심으로 고집적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는 데 따라 이 분야 기술과 생산역량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5㎚ 이하 초미세공정 파운드리의 경쟁력도 함께 확보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첨단 반도체 기술이 평택캠퍼스에 집약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 /삼성전자 제공

미국 텍사스주(州) 테일러시(市) 파운드리 팹 역시 착공을 앞두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테일러시는 도시 내 수도 및 전기, 소방 관련 인프라 확충과 보강 절차를 시작했다. 테일러시 삼성 파운드리 팹은 495만8700㎡로, 기존 오스틴시 팹보다 4배쯤 크다. 이 시설에는 170억달러(약 21조원)가 투자되며, 2024년 완공이 목표다. 삼성전자는 추가로 P2의 유휴부지를 채우는 시설투자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설투자액으로 43조5670억원을 썼다. 이는 2018년 반도체 초호황기(슈퍼사이클) 이전 해인 2017년 43조4000억원(삼성 전체)을 넘는 것이다. 메모리의 경우 EUV 공정 도입에 따른 증설과 공정 전환, 비(非)메모리는 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에 투자됐다. 올해 역시 투자 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측은 “주력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미래 수요 증가 대응을 위한 지속적인 시설투자 계획을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