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왼쪽)와 카카오(오른쪽)의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앱 캡처

네이버와 카카오(035720)의 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이 올해도 고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8.8% 증가한 9조원대의 거래액을 기록하고, 카카오도 1분기 거래액 2조30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방역조치 해제 이후 시장 전반이 둔화하면서 매출 상승폭은 줄겠지만, 1분기 택배 파업 문제가 일단락된 데다 2분기부터 광고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 네이버, ‘검색→쇼핑→페이’ 플랫폼 효과… 일본 공략 본격화

22일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 커머스 사업 부문은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8.3%, 전분기 대비 2.7% 성장한 416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브랜드스토어, 쇼핑라이브(라이브커머스·실시간 소통 판매), 장보기, 선물하기와 같은 신규 버티컬(특정 분야) 서비스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78% 상승하는 등 전체 거래액이 20% 가까이 늘어난 영향이다. 브랜드스토어의 경우, 1분기에만 150개 브랜드가 합류해 총 771개가 됐다. 이들 거래액은 6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늘었다.

1분기부터 콘텐츠 사업에서 커머스 사업으로 편입된 스니커즈 전문 리셀(한정판 제품 재판매) 플랫폼 ‘크림’과 뷰티 브랜드 ‘어뮤즈’도 힘을 보탰다. 둘의 1분기 합산 거래액은 3714억원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는 21일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네이버의 경쟁력은 검색으로 유입돼 쇼핑, 페이로 이어지는 흐름에서 나온다”며 “이용자와 사업자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역량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검색과 커머스를 접목한 전략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일본 시장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야후와 라인이 이미 확보한 이용자와 파트너사를 활용해 마케팅 확대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최 대표는 “일본 커머스 시장은 규모가 한국 시장보다 3배 더 크지만 발전이 늦은 편이다”라며 “한국에서 성공한 방정식을 대입할 생각이다. 지금처럼 물류에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이용자 및 중소상공인(SME) 확보에 집중하고 이들의 이탈을 막는 전략을 유지해나가겠다”고 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부터 일본 라인을 통해 ‘마이스마트스토어’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는 야후와 공동 개발 중인 쇼핑검색을 야후검색을 통해 출시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이후 쇼핑검색에 광고를 도입해 수익화를 가시화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겠다”라고 했다. 국내 스마트스토어의 1분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4% 늘어난 6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남궁훈 카카오 대표. /각사 제공

◇ 카카오, 지그재그 DNA 확대… 커머스 위원회 신설

카카오의 커머스 사업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년간 거래액은 4배, 영업이익은 6배 이상 늘었다. 연 거래액 1조원을 기록한 패션·뷰티 플랫폼 ‘지그재그’가 MZ세대 사이에서 인기인데다 선물하기, 톡스토어 등 카카오톡을 매개로 선보인 서비스 모두가 흥행에 성공한 덕이다.

최근 포트폴리오에 추가한 쇼핑라이브는 서울시가 지난 6일 발표한 이용실태 조사 결과, 네이버 쇼핑라이브(84.1%)에 이어 소비자들이 두 번째(54.6%)로 선호하는 플랫폼이 됐다. 카카오는 이 기세라면 올해 연 거래액 10조원 달성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종합 커머스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로 대대적인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먼저 카카오톡 채널의 상위 버전인 ‘카카오점(店)’을 통해 입점 업체에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대신, ‘비즈메시지’나 ‘카카오톡 비즈보드’ 등 마케팅·광고 서비스를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수익 모델을 시험하고 있다.

지그재그의 운영 방식과 비슷해 효과적일 것이란 분석에서다. 지그재그는 쇼핑몰들에게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개인 맞춤형 광고’ 등을 제공하면서 수익을 내고 있다. 쇼핑몰들의 입점 자체는 무료다. 이 모델을 통해 지그재그의 매출은 2020년 311억원에서 2021년 652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한 바 있다.

카카오는 지난달 관련 사업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커머스 위원회’도 신설했다. 남궁훈 대표이사가 위원장을 맡고, 서정훈 카카오스타일 대표 겸 커머스 사업 부문 대표와 김한나 그립컴퍼니 대표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커머스 사업을 중심으로 본사와 계열사, 투자사가 한 자리에 모인 셈이다. 그립컴퍼니는 카카오가 최대주주로 있는 라이브커머스 기업으로, 일본에서 커머스 플랫폼 업체들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벌이고 있다.

카카오는 중장기적으로 커머스 사업의 해외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선봉에는 지그재그와 그립이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카카오스타일은 카카오에 인수되기 전인 2018년 말 일본 법인을 설립했다.

◇ 네이버·카카오, 커머스 거래액 40조 넘을까… 코로나 특수 지속은 ‘변수’

증권가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올해 커머스 사업 부문 합산 거래액이 최대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가 전년 30조원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카카오가 10조원을 기록할 경우를 상정한 계산이다. 다만, 외부적 요인에 따른 성장폭 저하를 고려했다.

글로벌 마케팅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전 세계 커머스 시장은 올해 전년 대비 12.2%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16.3%에 비해 둔화된 수치지만,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란 특수성이 빠지는 것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수준이란 평가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21일 컨퍼런스콜에서 “커머스 사업은 지난 2년간 급속도로 성장했다”며 “이제 성장률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기존의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생각해 새 전략을 고려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김동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 카카오 톡비즈 부문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톡비즈 부문에는 비즈보드와 카카오톡 채널, 이모티콘 등 광고형과 선물하기·톡스토어·메이커스 등 거래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