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가 생산하고 있는 플렉시블 OLED 패널 모습. /BOE 제공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삼킨 중국의 중소형 OLED 물량 공세가 시작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중소형 OLED 점유율이 올해 처음으로 70%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중국 청두(成都)와 몐양(綿陽)에 추가로 신설한 6세대(1500㎜×1850㎜) OLED 생산라인을 올해 1분기부터 가동했다. BOE는 충칭(重慶)에 별도로 건설 중인 세 번째 중소형 OLED 생산라인 가동을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BOE의 OLED 생산량은 올해 1억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6000만대 수준에서 1년 만에 70% 가까이 늘어나는 것이다. 중국 경제 매체 북경상보는 “BOE가 애플 아이폰용 OLED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전체 중소형 OLED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라고 했다. BOE는 청두에 2024년 말을 목표로 새로운 OLED 공장을 짓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래픽=이은현

BOE는 공격적인 투자를 앞세워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BOE의 중소형 OLED 점유율은 지난 2019년 5.6%에서 2020년 8.7%, 지난해 10.5%로 늘었다. 옴디아는 BOE가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14.8%, 15.5%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한다.

BOE와 함께 중국 CSOT, 비전옥스, 티엔마도 OLED 공장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전옥스의 경우 중국 허페이(合肥)에 건설한 6세대 OLED 생산라인이 지난해 2분기 가동을 시작하면서 1년 만에 점유율이 5%포인트 넘게 늘어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중국의 중소형 OLED 점유율은 3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소형 OLED 점유율이 1년 만에 10%포인트 넘게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시장의 82.2%를 점유했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해 70%선이 붕괴될 수 있다.

중국 업체들은 중소형 OLED 생산량을 늘려 가격을 낮추는 밀어내기 방식(물량 공세)과 가격을 국내 업체의 70% 수준에 공급하는 저가 전략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중국산 OLED는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품질로 중저가 스마트폰에 빠르게 탑재되고 있다”라며 “한국 제품 대비 저렴한 중국산 OLED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中 BOE, 중소형 OLED GIF

중국 업체들은 국내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연구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BOE와 비전옥스는 지난 2월 저온다결정산화물(LTPO·Low-Temperature Polycrystalline Oxide) 박막트랜지스터(TFT·Thin Film Transistor) 기술을 접목한 OLED 패널 양산을 시작했다. 사실상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와의 기술 격차가 사라진 것이다. LTPO TFT는 기존 디스플레이 패널의 소비전력을 낮추고 높은 주사율(1초에 디스플레이에 나타나는 프레임의 개수)을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중국 업체들의 단기적인 목표는 애플의 품질 검사를 통과해 아이폰에 LTPO TFT OLED 패널을 납품하는 것이다. 까다로운 애플의 품질 검사를 통과해야 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나아가 한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중국 업체들이 한국 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해 OLED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만큼 앞으로 2~3년 이내에 중소형 OLED 시장 지형이 바뀔 수 있다”라고 했다.

국내 업체들은 품질 안정성과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 비율) 등에서 여전히 중국 업체와의 기술 격차가 존재하고, 태블릿과 노트북용 OLED 등 제품을 다변화해 수익성을 유지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출하량을 늘려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지만, 이는 오래전부터 예상했던 전략으로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다”라며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를 확대해 중국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유지해 나가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