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와 맘스터치가 협업해 문을 연 게임 '로스트아크' 캐릭터 모코코 팝업스토어(임시 매장)./ 스마일게이트 제공

지난 16일 오전 10시 서울 역삼동 맘스터치 랩 3호점 앞에는 매장이 문을 열기 전부터 수십명의 사람이 줄을 섰다. 스마일게이트의 인기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 로스트아크의 캐릭터 모코코 피규어와 게임 쿠폰, 햄버거 등으로 구성된 맘스터치의 ‘모코코 생일파티 세트’를 사기 위한 것이었다. 매장 문이 열린지 한 시간 만에 200명이 넘는 사람이 매장을 찾았다. 한정판으로 마련한 햄버거 세트는 모두 소진됐다. 이전에도 게임 회사와 요식업 회사가 협업을 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팝업스토어(임시 매장)까지 열어 한정판 상품을 판매한 건 거의 처음이었다. 한정판 버거 세트 구매에 성공한 로스트아크 한 유저는 “햄버거도 먹고, 좋아하는 캐릭터의 피규어와 게임 쿠폰까지 받을 수 있어 좋았다”라며 “이런 식의 이벤트가 자주 열리길 바란다”고 했다.

스마일게이트와 맘스터치의 사례처럼 최근 게임업계는 상대 업종을 가리지 않는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햄버거나 빵 같은 식품에 친숙한 게임 캐릭터를 접목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상현실 속에서 게임 아이템을 선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이색 협업은 게임 내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을 게임 이용자뿐 아니라 다양한 소비자에 알리는 계기가 된다. 결과적으로 게임의 저변이 더 넓어지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또 IP의 정체성이 강화된다. 게임 속 아이템이 아닌 다양한 상품을 통해 이미 해당 게임을 즐기는 사람의 충성도도 높아진다. 젊은 세대에 익숙한 게임과 협업하는 다양한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층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대면 마케팅의 기회가 줄어든 가운데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데브시스터즈와 CU가 협업해 출시한 '쿠키런:킹덤' 시즌2 상품. /CU 제공

게임 ‘쿠키런’으로 유명한 데브시스터즈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3월 편의점 CU와 함께 ‘쿠키런: 킹덤 시즌2′ 제품을 선보였다. 빵 3종류와 디저트 3종류로 구성된 협업 상품에는 ‘쿠키런 : 킹덤’ 캐릭터가 그려진 스티커인 ‘띠부띠부씰(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스티커)’이 들어 있어 어린이 소비자는 물론, 스티커를 모으는 성인 소비자의 호응을 얻었다.

앞서 지난달 크래프톤은 식품 회사 CJ프레시웨이와 협업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고, 게임 배틀그라운드 IP를 활용한 식음료 상품을 출시한다고 했다. 첫 협업 상품은 게임 내 회복 아이템을 컨셉으로 한 ‘+350 힐박스’ 도시락 세트다. 웹젠의 경우 지난 2월 네네치킨과 협업해 치킨 구매자에게 ‘콘도르의불꽃 5개’ 등 ‘뮤오리진3′ 게임 아이템 쿠폰을 제공했다. 콘도르의불꽃은 게임 내에서 얻으려면 매우 난도가 높아 이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는 치킨 구매를 통해 쉽게 해당 아이템을 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넥슨과 피자헛이 협업해 내놓은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게임 내 피자헛 카트. /넥슨 제공

실제 상품을 넘어선 협업도 자주 등장한다. 게임 속에서 협업 회사의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게임 아이템으로 협업 제품을 등장시켜 플레이에 활용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컴투스는 지난 5일 골프웨어 ‘엘르골프’와 협업해 자사 골프게임 ‘골프스타’속 캐릭터가 착용 가능한 의상을 선보였다. 또 넥슨은 지난 1월 피자헛과 함께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의 레이싱카로 ‘피자헛 카트’ 등을 선보였다. 네오게임즈는 지난해 아모레퍼시픽과 협업해 농장경영 게임 ‘레알팜’ 내에서 화장품 원료인 유자를 수확하고 화장품을 제조하는 과정을 게임으로 구현했다.

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는 “게임은 브랜드 특수성과 한계로 인해 소비자와 일상에서의 접점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일상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게임 이용자가 현실에서도 다양한 분야를 매개체로 게임 브랜드를 인지할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컴투스 관계자는 “다른 산업군의 인기 브랜드와 이색 협업을 진행하면서 시장의 저변을 넓혀 보다 많은 신규 이용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