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공개한 QD-OLED TV '브라비아 A95K' 모습.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을 사용했다. /소니 제공

삼성디스플레이가 화면이 돌돌 말리는 롤러블 퀀텀닷(Q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개발을 시작한다. QD-OLED 패널을 더 얇고 유연하게 만들어 기존 OLED 시장을 대체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1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초 차세대 QD-OLED 패널 개발에 돌입했다. 현재 생산 중인 QD-OLED는 박막트랜지스터(TFT)용 유리기판과 QD 색변환용 유리기판을 각각 사용하고 있는데, QD 색변환용 유리기판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 색변환층을 유리기판이 아닌 청색 OLED 봉지층 위에 프린팅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봉지층은 OLED 유기물을 얇은 막으로 덮어 수분과 산소로부터 보호하는 공정을 말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술 개발에 성공할 경우 유리기판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어 재료비와 공정을 아낄 수 있다. 동시에 패널의 두께가 절반으로 얇아지는 만큼 화면을 말고 휘는 데 더 유리해진다. 그만큼 활용처가 확대된다는 의미다.

QD디스플레이 구조.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삼성디스플레이는 더 얇은 QD-OLED 패널을 개발해 롤러블 TV용 디스플레이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2020년 롤러블 TV를 내놓은 LG디스플레이를 견제하는 동시에 QD-OLED의 우수성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제품 개발을 완료하는 대로 삼성전자와 롤러블 TV 활용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차세대 QD-OLED는 TV를 넘어 스마트폰, 태블릿 등 중소형 정보기술(IT) 기기에 사용될 수 있다. 상소문과 같이 화면이 말렸다가 잡아당기면 늘어나는 스크롤링 디스플레이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개발만 끝내면 고객사 요구에 따라 롤러블, 스크롤링 어떤 형태로도 활용할 수 있다”라며 “중요한 건 가격과 수율이다”라고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신기술 개발과 함께 기존 QD-OLED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 비율) 개선에도 집중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달 초 사내 게시판에 QD-OLED 수율이 75%를 넘어섰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디스플레이 업체가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수율을 밝힌 건 이례적인 일이다. QD-OLED 수율이 낮아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논란이 계속되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실이 아니라고 직접 나선 것이다. 실제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 수율을 지난해 11월 양산 당시 50% 수준에서 5개월 만에 큰 폭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가 지난 2020년 내놓은 롤러블 TV 이미지. /LG전자 제공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상반기까지 QD-OLED 양산 수율을 9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전체 생산량이 월 3만장 규모(최대 55인치 72만대, 65인치 108만대)로 많지 않은 만큼 수율을 높여 전체 출하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수율이 높아지면 더 많은 패널을 판매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삼성 QD-OLED에 대해 해외 IT 매체들은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삼성 QD-OLED TV(S95B)와 델 QD-OLED 게이밍 모니터를 먼저 체험한 IT 매체들은 “밝기와 명암비가 뛰어나다” “기존 디스플레이 패널과 비교해 더 높은 해상도를 보였다”고 썼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 생산라인 추가 증설에는 당장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QD-OLED 수요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추가 투자에 나설 경우 회사 수익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수율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차세대 QD-OLED 기술 개발에 먼저 나선다는 전략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