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대만 TSMC를 제치고 업계 1위의 웨이퍼(반도체 원판) 생산능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가장 반도체 칩을 많이 만드는 회사라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초미세공정을 활용해 생산능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15일 시장조사업체 노메타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세계 웨이퍼 생산능력의 19%를 차지해 업계 1위를 전년에 이어 유지했다. 뒤이어 대만 TSMC, 미국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일본 키옥시아 순으로 웨이퍼 생산능력이 뛰어났다. 이들 5개 사는 시장의 57%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200㎜(8인치) 환산 기준으로 월 1221만7000장의 웨이퍼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제조 공정. /SK하이닉스 제공

웨이퍼는 반도체 칩을 만드는 핵심 재료다. 일반적으로 실리콘 재질의 둥근 판을 의미하다. 반도체 제조사들은 웨이퍼 제조 업체로부터 웨이퍼를 공급받아 그 위에 전자회로를 새기고, 일정 규격으로 잘라 개별 반도체 칩을 만든다. 이 때문에 웨이퍼 생산능력이 뛰어나다는 말은 곧 반도체 생산량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월 405만장의 웨이퍼 생산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의 334만4000장 대비 약 20% 증가한 것이다. TSMC의 월 생산량보다도 약 44%가 많다. 이런 생산량 증대로 삼성전자의 웨이퍼 시장점유율은 2020년 17%에서 2021년 19%로 2%포인트 높아졌다.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는 월 320만장의 웨이퍼에서 매년 1조개 이상의 반도체 칩을 만들고 있다.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 개수는 1Gb(기가비트) 환산 기준으로 2019년 9881억개, 2020년 1조2302억개, 지난해 1조7560억개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로는 12인치(300㎜) 환산 기준 월 55만장의 웨이퍼를 만든다. 다만 여기서 얼마만큼의 반도체를 찍어내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는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합친 반도체 수량이 연간 2조개 이상일 것으로 본다.

노메타리서치는 삼성전자의 웨이퍼 생산능력 확대에 대해 평택캠퍼스를 중심으로 생산라인을 대거 확충한 결과로 분석했다. 이와 함께 현재 170억달러(약 21조원)를 투입하는 미국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이 건립되면 삼성전자의 생산능력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생산 시설. /TSMC 제공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설투자로 2026년 월 100만장(300㎜ 기준)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여기에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먼지 공정을 통해 칩 생산 효율을 높일 방침이다. 웨이퍼 면적이 같다면 회로가 더 세밀한 쪽의 반도체 칩 생산 개수도 많다는 원리를 노린 것이다.

순수 파운드리로는 유일하게 상위 5개 사에 이름을 올린 TSMC는 지난해 월 280만장(200㎜ 환산 기준)의 웨이퍼 생산능력을 보였다. 이는 삼성 파운드리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것이다. TSMC 역시 올해 수십조원의 투자로 생산능력을 끌어올리려고 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월 198만장, 시장 점유율 9%로 3위에 올랐다. 여기에는 SK하이닉스가 인수한 인텔 낸드사업부의 중국 다롄 공장 생산량은 들어가지 않았다. 실제 생산능력은 더욱 높다는 것이다. 또 SK하이닉스는 최근 200㎜ 웨이퍼를 주력으로 하는 키파운드리 인수를 추진 중에 있다.

삼성전자, TSMC, SK하이닉스 모두 생산능력 증대를 목표로 내걸고 있으나, 최근의 웨이퍼 공급난은 목표 달성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섬코, 신에츠화학 등 주요 웨이퍼 제조 업체들은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모두 올해 공급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들은 웨이퍼 공급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섬코와 SK실트론 등으로부터 웨이퍼를 공급받는다. 여기에 독일 실트로닉과 합작해 싱가포르에 설립한 ‘실트로닉 실리콘 웨이퍼’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실트로닉 실리콘 웨이퍼는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에 사업비 2조7000억원 규모의 새 300㎜ 웨이퍼 공장을 착공했다.

SK하이닉스는 그룹 계열사인 SK실트론이 보루다. SK실트론은 최근 이사회를 통해 본사가 위치한 구미국가산업단지 3공단에 3년간 총 1조495억원을 투자, 웨이퍼 제조 공장을 짓기로 했다. 오는 2024년 상반기쯤 첫 양산이 시작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