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집 앞에서 매일 집회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13일 오전 이 부회장 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는 노조와의 소통과 상생을 말로만 떠들지 말고 조합의 요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라며 "대표이사의 결단이 없으면 노조는 더 큰 투쟁으로 답할 것이다"라고 했다. 사실상 노조와의 임금교섭에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라는 주장이다.
노조는 "회사와 대화하기 원했지만 44개의 요구사항 가운데 1개도 답변을 받지 못한 채 결국 여기까지 왔다"라며 "노조가 사측과 진정한 대화를 원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최고 결정권자를 만나기 위해 이 자리(이 부회장 집 앞)에 왔다"라고 했다. 노조는 2021년도 임금교섭이 완료될 때까지 매일 이 부회장 집에서 집회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15차례에 걸쳐 2021년도 임금협상을 벌였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지난 1월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이후 노조는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이 직접 협상에 나설 것을 요청했고, 지난달 18일 삼성전자 대표이사로는 처음으로 경계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이 노조와 만났다.
사측은 간담회 이후 2021년도 임금협상에서 노조가 제시한 내용을 올해 진행하는 2022년도 임금협상에서 함께 논의, 원활한 합의안을 찾자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이 교착상태에 빠진 2021년 임금협상의 책임을 회피하는 꼼수이자 편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노조는 사측에 급여체계 개선, 휴식권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초과이익성과급(OPI), 목표달성장려금(TAI) 등 불투명한 성과급 기준을 없애고 영업이익의 25%를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 정확한 기준에 따라 지급하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여름휴가를 보장하기 위해 유급 휴일 5일과 회사 창립일, 노조 창립일에 쉴 수 있는 권리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