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올인'한다. 초고해상도 콘텐츠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에서 보고 싶어 하는 수요가 늘고 있어 이 분야 기술력을 더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미래 먹거리'로 꼽았던 TV용 대형 OLED 사업이 주춤한 것도 중소형 OLED 사업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최용석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사업부 상무는 최근 OLED 관련 한 콘퍼런스에서 "재택근무, 원격교육의 증가로 노트북, 태블릿 수요는 증가 추세에 있다"라며 "몰입감, 휴대성, 배터리 용량 등의 높은 성능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높고, OLED는 이런 요구를 충족할 수 있다"고 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장착한 레노버 '요가 슬림 7 프로 올레드'. / 한국레노버 제공

최 상무는 "삼성 OLED는 자(自)발광 디스플레이로 100만대 1 이상의 우수한 명암비, 트루블랙, 디지털 색영역 DCI-P3 기준 120%를 충족하는 색 재현성으로 생생한 색감을 표현한다"라며 "사용자의 눈 건강을 생각하는 것은 물론, 얇고 가벼워 휴대가 쉬운 OLED는 앞으로 정보기술(IT) 분야에 널리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실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충남 아산 탕정캠퍼스에 A4E로 불리는 6세대(1500×1850) 중소형 OLED 생산라인을 새롭게 만드는 등 중소형 OLED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이 투자는 저온다결정산화물(LTPO)-박막트랜지스터(TFT) 집중되고 있다. LTPO 기술은 전기 소모가 적은 TFT로, 삼성디스플레이의 가장 큰 고객인 애플 채택률이 최근 높아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사업성이 점차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을 이 LTPO OLED 생산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베트남 생산법인에 대한 투자도 늘려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베트남 박닌 공장에 폴더블(접는) 패널 전용 생산라인 3개를 추가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증설이 완료되면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디스플레이 생산 능력은 기존 월 140만~150만대에서 월 200만대로 확대된다. 폴더블 OLED는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플립에 공급된다. 애플과 샤오미 등과도 공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 세계 폴더블 OLED 패널 출하량은 올해 약 1000만대가 예상되는데, 이 가운데 940만대가 삼성디스플레이의 몫이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는 2조6133억원을 시설투자(CAPAX)에 사용했다. 올해 A4E 라인용 투자액까지 합하면 전체 투자 규모는 4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분기부터 노트북용 폴더블 OLED도 만든다.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패널을 독점 공급하는 애플 아이폰13 프로. /애플 제공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글로벌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은 삼성디스플레이가 73.1%로 압도적이다. 이어 LG디스플레이가 12.3%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3위는 중국 BOE로 8.7%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과감한 시설투자를 통해 세계 1위 지위를 유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한편,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OLED에 더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로 대형 OLED의 부진을 꼽는다. 현재 퀀텀닷(QD)-OLED를 생산하는 충남 탕정 Q1 라인은 월 3만장의 패널을 생산하지만, 일본 소니 외에는 이렇다 할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OLED TV 라인업을 추가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를 받기로 했으나, 현재까지 제대로 된 제품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QD-OLED 공급 물량이나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 문제 등을 걸고넘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QD-OLED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미래 먹거리'라고 언급한 디스플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내부적으로는 QD-OLED에 대한 언급조차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한다"라며 "지금까지는 사업성이 충분치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