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라인 망가', 카카오 '픽코마' 로고. /각사 제공

국내 플랫폼 양대 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일본 웹툰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올해 나란히 해외 진출을 선언한 두 회사는 일본을 전초기지 삼아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포부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자회사 카카오픽코마를 중심으로 ‘비욘드 코리아’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욘드 코리아는 지난달 김범수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으며 제시한 미래 10년 키워드로, 카카오톡 등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사업자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다.

당시 김 창업자는 “픽코마는 일본을 잘 이해하는 인재를 영입하고, 한국에서 성공한 카카오페이지의 성공 방정식을 대입해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디지털 만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며 “앞으로 픽코마가 콘텐츠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카카오공동체 글로벌 성장의 핵심 교두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려 한다”고 했다.

카카오가 2011년에 설립한 카카오픽코마는 일본에서 종합 디지털 만화 플랫폼 ‘픽코마’를 운영 중이다. 픽코마는 2020년 7월부터 선두주자였던 네이버 ‘라인 망가’를 제치고 일본 비게임 애플리케이션(앱) 부문(앱애니 리포트 기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픽코마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에서 디지털 출판 플랫폼 ‘픽코버스’도 출시한다. 이를 토대로 일본 웹툰 시장 1위 자리를 수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픽코버스는 일본 전통 출판사들이 각자의 채널을 운영하며 미리보기 서비스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한국에선 웹툰 작가가 하나의 채널이라면, 픽코버스에서는 일본의 유수한 출판사들이 하나의 채널이 되는 셈이다.

카카오를 뒤쫓는 네이버는 ‘이북 이니셔티브 재팬(EBIJ)’을 인수하며 1위 탈환을 예고했다. 2000년 설립된 EBIJ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전자책 전문 계열사로, 현지에서 전자책 플랫폼인 ‘이북재팬’과 종이책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인 ‘북팬’을 운영하고 있다. 이북재팬과 라인 망가의 지난해 거래액은 8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픽코마 거래액 7227억원을 앞선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지난달 31일 EBIJ를 자회사로 편입했다고 밝히는 자리에서 “이번 인수는 세계 최대 만화 시장인 일본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결정이다”라며 “앞으로 일본에서 라인망가의 영향력을 공고히 해 이북재팬과 함께 웹툰 생태계를 확대해나가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남궁훈 카카오 대표. /각사 제공

일본의 만화 시장은 북미 시장과 중국 시장을 합친 것보다 크다. 북미 시장만 놓고 비교했을 때도 무려 3~4배가 차이 난다. 즉, 일본을 놓치면 세계 1위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아세안을 넘어 유럽 제패를 노리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곳에서 특히 격전을 벌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카카오는 픽코마의 성공 경험과 비즈니스 노하우를 프랑스로 가져가 유럽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 픽코마는 지난해 9월 프랑스에 유럽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달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프랑스에서 2020년 현지 아마추어 작가 등용문 ‘캔버스’를 가동하며 시장을 개척해온 네이버웹툰은 올해 상반기 내 유럽 총괄 법인 ‘웹툰EU’(가칭)를 신설한다. 올해 하반기엔 독일에서도 현지 창작자 발굴에 들어간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접근법이 달라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를 점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현지화를 통한 웹툰 생태계 구축에 방점을 찍지만, 카카오는 웹툰 바깥의 영역과 통합을 시도 중이란 지적이다. 카카오픽코마는 지난 4일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사쿠라 익스체인지 비트코인’의 주식 절반 이상을 확보했다고 밝히며 “이번 출자를 계기로 암호화폐·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 웹(Web) 3.0 영역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겠다”고 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인수했다는 소식에 네이버 내부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며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암호화폐, NFT(대체불가토큰) 등 새로운 기술을 바로 도입하기보다 시간을 두고 기존에 없던 ‘무언가’를 내놓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