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올해 전 세계 TV 판매량 2위 자리를 중국에 내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수익성이 높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의 선전으로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은 2위를 굳건히 지킬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1위 삼성전자와의 점유율도 좁히고 있다.

8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주요 TV 제조사들이 구매 예정인 패널 수량은 삼성전자 5560만대로 가장 많았고, 중국 TCL이 3650만대로 나타났다. LG전자는 3430만대로 TCL의 뒤를 이었다. 지난해 같은 회사 조사에서 삼성전자는 4790만대로 1위, LG전자는 3300만대로 2위였다. TCL은 3240만대였다.

TCL이 판매 중인 QLED TV. /TCL 제공

구매 예정 패널 수량은 TV 출하량을 가늠짓는 바로미터로 작용한다. 패널 확보량만큼 TV 판매가 따라간다는 이야기다. 실제 지난해 TV 출하량은 패널을 가장 많이 구매했던 삼성전자가 4223만대로 1위, LG전자는 2733만대로 2위, TCL은 2457만대로 3위를 기록했다.

TCL은 LG전자가 TV용 패널 구입을 130만대 늘리는 동안 410만대를 더 확보하는 셈이다. 이 경우 올해 TV 판매량에서도 시장 2위 자리가 거의 확실해 보인다. LG전자가 TV 시장 2위 자리를 중국 업체에 내주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판매량이 밀리는 상황에서 LG전자 분위기는 크게 나쁘지 않다. 매출 면에서는 되려 최고 실적을 경신하면서 부동의 세계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매출액 기준 TV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9.5%로 1위, LG전자는 18.5%로 2위(옴디아 기준)다.

LG전자는 올해 구입 예정인 패널 130만대 중 TV 판매량의 대다수인 액정표시장치(LCD)는 30만대에 불과하다. 나머지 100만대는 모두 OLED 패널이다. 2013년부터 OLED TV 시장을 공략해 온 LG전자는 OLED 생산에 따른 감가상각이 줄면서 수익성도 높아지고 있다. LCD 패널도 저가의 일반 패널이 아닌, 판매가격이 높은 미니발광다이오드(LED) 또는 나노셀 등의 프리미엄 제품군 위주로 패널 전략을 재정립 중이다.

LG전자는 지난해 OLED TV의 인기에 힘입어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매출이 5분기(2020년 4분기~2021년 4분기) 연속 4조원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정희 LG전자 HE경영관리담당 상무는 “2021년 OLED TV 판매는 목표 대비 초과 달성했고, 전년과 비교해 2배 이상 성장했다”라며 “올해 목표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할 수 없으나, 압도적인 시장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라고 했다.

LG전자가 올해 신제품으로 내놓은 올레드 TV 풀 라인업. /LG전자

LG전자의 OLED 위주 수익성 전략은 글로벌 전체 TV 매출 비중에서도 알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019년 전체 시장에서 매출 비중이 30.9%였고, 2020년 31.9%까지 확대됐으나, 지난해에는 29.5%로 다소 후퇴했다. LG전자의 경우 2019년 16.3%, 2020년 16.5%로 횡보했고, OLED TV 매출이 많이 늘어난 지난해 18.5%로 비중이 확대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아직 LCD TV가 주력이지만, 수익성이 높은 OLED 판매가 늘면서 LG전자의 TV 시장 영향력도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OLED 제품군이 포진한 2000달러(약 250만원) 이상 고급형 TV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매출액 기준 점유율이 2019년 50.2%에서 지난해 39.3%로 10.9%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LG전자는 같은 기간 18.7%에서 24.1%로 5.4%포인트 올라 상승 추세에 있다. 두 회사의 매출 격차는 31.5%포인트에서 15.2%포인트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용 증가로, 가전과 TV 부문의 수익성에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나 TV 매출은 OLED TV 판매 증가로 원가 상승을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미니LED 등을 주력 고급 제품군으로 삼고 있는 삼성전자 역시 올해 OLED TV 출시가 유력하다. 그러나 출시 초기라는 점과 판매 전망치 등을 고려하면 매출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옴디아는 올해 삼성전자가 OLED 패널을 300만대 구매할 것으로 본다. 패널 공급은 삼성디스플레이 100만대, LG디스플레이 200만대다. 다만 공급가 협상과 제품 전략상 삼성전자 패널 예상 구매량 그대로 OLED TV를 판매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