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6세대 이동통신(6G)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미래 6G 시대는 지금(5G)보다 50배 빠른 속도, 지상에서 10㎞ 상공까지 확장된 커버리지(서비스 가능 구역) 등이 실현될 것이다.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3월 1일 스페인 MWC 2022 기조연설에서
통신도 백신만큼 중요한 인프라다.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아쉬울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6G도 내부적으로 대비하고 있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지난해 12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청년희망온 참여기업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5세대 이동통신(5G)과 함께 6G를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 반드시 확보해야 할 10대 국가 필수전략 기술로 선정했다. 이보다 앞서 2020년엔 6G 연구개발(R&D) 전략을 세우고 세계 최초의 서비스 상용화, 핵심표준특허 보유 세계 1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장비 시장 점유율 2위 등을 목표로 내걸었다.
정부는 물론 정보기술(IT) 업계와 학계도 6G 기술 선점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5G 상용화 첫해인 2019년 연구조직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하고 6G 기술 연구에 돌입했다. 같은 해 LG전자도 카이스트(KAIST)와 손잡고 ‘LG-카이스트 6G연구센터’를 설립했다. 고려대는 6G 등 미래 통신 인재를 길러 삼성전자 채용으로 연계하는 ‘차세대통신학과’를 개설해 내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한다.
10년마다 이동통신 세대가 바뀌는 경향에 맞춰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은 2030년쯤을 목표로 6G 시대 진입을 준비 중인 가운데, 한국은 5G에 이어 6G에서도 한발 앞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6G를 포함한 차세대 통신은 선점한 쪽이 시장을 장악하는 기술패권 경쟁의 한 전장으로 여겨진다. 블룸버그통신은 “6G를 선점하는 기업과 국가가 다음 산업혁명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병효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통신은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특정 기업이나 국가가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면 경쟁사가 시장에 진입하기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 6G, 자율주행차·로봇·가전 등 IoT 주로 쓰일 것
전문가들은 다만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보다도, 해외 기업과 경쟁할 네트워크 장비, 단말기 등 관련 기술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6G 선점의 의미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5G의 경우 2019년 한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선언했지만 네트워크 장비는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에, 단말기는 애플에 주도권을 빼앗긴 상황이다.
심 교수는 “누가 세계 최초를 하든 어느 정도의 기술 수준은 경쟁사들이 따라잡을 수 있다”라며 “핵심기술 확보를 통한 글로벌 경쟁 우위가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주용 LG-카이스트 6G연구센터 연구교수는 “6G는 스마트폰보단 데이터가 많이 필요한 사물인터넷(IoT)에 주로 쓰일 것이다”라며 “6G 시장은 지금의 네트워크 장비, 스마트폰 단말기를 넘어서 자율주행차, 로봇, 가전 등 다양한 사물과 결합해 확장될 거란 의미다. 이 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시장을 선점 내지는 어느 정도 점유율을 차지하려면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2030년엔 인구보다 60배 많은 사물과 기기가 통신으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한다.
6G는 2030년대, 5G로도 충족할 수 없는 데이터 전송 속도와 커버리지가 필요한 신기술과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과기부와 삼성리서치는 공통적으로 시각을 넘어 청각, 촉각 등 오감을 구현하는 가상현실인 초실감 확장현실(XR), 3차원(3D) 홀로그램, 지상과 상공을 오가는 이동수단 플라잉카, 실시간 원격 진료와 수술, 현실의 사물과 공간을 그대로 복제한 가상세계 디지털트윈 등에 6G가 활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 영화 1편 다운로드에 0.016초…현실적 한계 극복이 관건
현재 6G에 대한 통일된 정의는 없다. 통상 업계에선 수백㎓(기가헤르츠·10억㎐)에서 수백㎔(테라헤르츠·1조㎐)의 주파수를 활용하는 통신으로 여겨진다. 통신 속도는 이론상 1000Gbps(초당 기가비트·1초에 1기가비트의 데이터를 전송하는 속도)다. 5G가 최고 20Gbps의 속도를 낸다는 점을 고려하면, 임 장관이 말한 대로 6G가 5G보다 50배 빠른 속도를 구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속도로 2GB(기가바이트) 용량의 영화 1편을 내려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0.016초다.
이렇게 빠른 속도의 구현은 높은 주파수 덕분에 가능하다. 통신 속도는 데이터가 이동하는 고속도로의 폭인 대역폭으로 결정된다. 주파수가 높을수록 넓은 대역폭을 가질 수 있다. 다만 데이터를 실은 전파는 주파수가 높을수록 전송거리가 짧아지고 직진성(퍼지지 않고 레이저처럼 직진하는 성질)이 강해진다. 고주파일수록 더 많은 기지국과 더 정교한 송수신 기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2㎓ 이하 주파수의 4G(롱텀에볼루션·LTE)보다 20배 빠르다고 알려진 28㎓ 5G가 인프라 문제로 여전히 상용화가 요원한 것도 고주파의 한계 때문이다.
6G는 28㎓보다도 더 높은 주파수를 활용한다. 고주파의 특성으로 인한 상용화 어려움도 더 크다는 뜻이다. 이를 극복하는 기술들이 현재 전 세계 업계와 학계가 경쟁하는 6G 기술에 속한다. 그동안 넓지만 척박해서 사용하지 못했던 땅을 개간하는 신기술로 비유할 수 있다. 지상 기지국 설치로는 부족한 커버리지를 보완하기 위해 위성, 무인항공기 등으로 상공에서 통신을 매개하는 비(非)지상네트워크(NTN) 기술이 대표적인 예다.
◇ 5G 만회하려는 美 vs 주도권 쥐려는 中…삼성·LG도 자체 개발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 주립대(UCSB)와 ㎔ 주파수 통신시스템 시연에 성공했다. 같은 해 12월 LG전자는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와 공동 개발한 전력 증폭기를 공개했다. ㎔ 주파수가 데이터 송수신 과정에서 전력 손실이 심하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이 증폭기를 활용해 독일 베를린 실외에서 100m 무선 데이터 송수신에 성공했다.
이동통신 3사도 움직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6G 주파수의 단점을 보완할 안테나 기술인 ‘재구성 가능한 지능형 표면(RIS)’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 등 네트워크 장비 3사 모두와 5G 고도화 및 6G 진화 기술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KT도 6G 관련 정부 연구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선 5G 주도권을 6G에서도 이어가려는 중국, 만회하려는 미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은 지난해 말 하원에서 6G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래 네트워크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통신산업협회(ATIS)가 자국 6G 주도권 확보를 위해 2020년 설립한 단체 ‘넥스트 지(G) 얼라이언스’엔 삼성전자, LG전자, 버라이즌, AT&T, 인텔,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합류해 기술 표준화 등에 협력하고 있다. 최성현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장은 “미국은 5G까지만 해도 이런 이니셔티브(넥스트 G 얼라이언스)가 없었는데 6G는 국가적으로 잘해보려고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달 8일 최대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에서 6G 선도 계획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2020년 세계 최초로 6G 시험위성 발사에 성공한 바 있다. 2019년 캐나다에 6G연구센터를 세운 화웨이는 지난달 29일 한국 기자간담회에서 연구개발(R&D)과 인재양성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6G를 선도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지난해 9월 일본 시장조사업체 사이버크리에이티브인스티튜트가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6G 관련 특허 출원의 40% 이상을 중국이 소유했다. 미국(35%), 유럽(9%), 한국(4%)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