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3월 30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글로벌 TV 신제품 소개 행사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뺐다. 이미 북미에서는 사전 주문을 시작해 상반기 판매가 유력한데도 신제품 라인업에서 제외한 것이다. 전자업계는 삼성전자가 경쟁사 견제 차원에서 OLED TV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OLED TV에 대한 언급을 지속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2013년 OLED TV를 내놓은 뒤 완성도 문제로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그 뒤로는 OLED에 다소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특히 신제품 소개 행사를 주재한 한종희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 부회장은 과거부터 여러 차례 OLED TV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경쟁사 LG전자와의 갈등도 OLED 외면의 한 축으로 작용한다. 삼성전자는 과거 퀀텀닷(QD)-OLED를 개발하면서 기술 이름을 'QLED'로 정했다. OLED TV가 실패한 뒤 삼성전자는 액정표시장치(LCD) TV에 돌연 'QLED'라는 브랜드를 붙였다. 퀀텀닷(QD) 필름을 부착한 TV라 명명에 문제가 없다는 게 당시 삼성전자의 설명이었다. LG전자는 삼성전자가 일종의 '사기'이자 '소비자 기만'이라며 문제 삼았다. 양측은 법적 분쟁까지 겪었다. LG 측은 "QLED는 자발광 기술을 의미하는데 LCD TV에 이름을 붙인 건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후 LG전자가 주도하는 OLED TV 시장이 커지자, 삼성전자는 백라이트유닛(BLU)에 미니발광다이오드(LED)를 적용한 LCD TV가 OLED에 비해 우월한 기술이라고 홍보하기 시작했다. 한 부회장이 "OLED(TV)는 영원히 안 한다"라고 말한 것도 이때쯤이다.
삼성전자가 OLED TV 출시를 공식화한 뒤에도 제품 지위는 미니LED TV의 밑으로 두기로 했다. 주요 패널 공급처인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이 55·65인치로 크기가 한정적인 데다, 해상도도 4K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공급량이나 수율(전체 생산품 중 양품 비율)도 만족스럽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OLED TV를 'QLED' 제품군에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OLED TV 출시 때는 '삼성 OLED'라는 이름을 붙였었다.
반면 일본 소니는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적용 TV를 라인업 최상위에 두고 있다. 소니는 현재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OLED 패널을 동시에 공급받고 있다. LG전자 역시 OLED TV를 최상위에, 미니LED는 그 밑에 둬 기술적 우위를 가린다.
업계는 전 세계 TV 시장 1위인 삼성전자가 '미니LED > OLED'의 공식을 세우면 그대로 구도가 굳을 여지가 있다고 여긴다. OLED를 미니LED 대비 낮은 기술로 여기면 OLED에 주력하는 LG전자 등 경쟁사 견제 효과가 커진다.
다만 QD-OLED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꼽은 미래 먹거리로, 삼성전자의 최근 TV 전략은 이 부회장과 엇갈리는 모습처럼 보일 수 있다.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내부 사기도 문제다. 모기업 삼성전자가 최고 기술을 무시하는 듯한 모양새여서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미니LED TV로 구축해 놓은 최고급 제품군에 OLED TV가 껴드는 현재 형국이 좋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이대로 OLED 외면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기술력과 수율 등이 개선 됐을 때, 적절한 TV 전략을 세우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언제까지 OLED TV를 외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어차피 해야 한다면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시장에 신호를 주는 전략이 나을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