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티빙, 시즌 등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들이 이달 말부터 차례로 구글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판매하는 구독 상품의 가격을 15% 정도 인상한다.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 시행에 맞춰, 인앱결제 수수료 15%를 앱 상품 가격에 반영한 것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구글 정책과 무관하게 구독료를 동결하면서, 토종 OTT의 가격 경쟁력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웨이브는 오는 29일부터 자사 안드로이드 앱에서 파는 베이직, 스탠다드, 프리미엄 구독 상품의 가격을 현재 7900원, 1만900원, 1만3900원에서 각각 9300원, 1만2900원, 1만6500원으로 인상한다. 1400~2600원 정도를 올린 건데, 웨이브 입장에선 새 가격에서 인앱결제 수수료 15%를 빼면 원래 가격을 받는 셈이 된다.
티빙도 오는 31일 안드로이드 앱 상품 3종(베이직, 스탠다드, 프리미엄)의 가격을 7900원, 1만900원, 1만3900원에서 9000원, 1만2500원, 1만6000원으로 올린다. 시즌은 요금 인상을 검토 중으로, 상반기 내 구체적인 요금제 개편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다음 달 1일부터 구글 정책에 따라, 앱마켓 ‘구글플레이’에서 게임·콘텐츠 등 유료 디지털 상품을 포함하는 앱을 유통하는 개발사는 이용자 결제액의 10~30% 수수료가 발생하는 ‘구글플레이 인앱결제’ 시스템을 반드시 탑재해야 한다. 개발사 선택에 따라 6~26% 수수료의 ‘개발자 제공 인앱결제’ 시스템을 추가로 넣을 수 있다. OTT 구독 서비스의 경우 두 결제방식 각각 15%, 11% 수수료가 든다. 두 가지 외 구글이 허용하지 않는 결제방식을 사용하는 앱은 오는 6월부터 앱마켓에서 퇴출된다.
인앱결제 수수료를 요금에 반영한 국내 업체들과 달리 넷플릭스는 요금을 올리지 않는다. 앱 안에서 디지털 상품(구독 이용권)을 팔지 않아 인앱결제 의무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앱은 결제 기능 없이 웹에서 결제한 구독 이용권을 소비만 하는 뷰어(viewer) 역할만 하고 있다. 이용자가 넷플릭스 웹사이트에 접속해야 하는 번거로운 결제방식을 감수하고도 세계적인 브랜드 인지도와 콘텐츠 등 서비스 품질을 앞세워 한국과 글로벌 OTT 시장 1위를 유지해온 것이다.
웨이브와 티빙도 넷플릭스처럼 웹 상품만 판매하는 식의 대응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이미 웹 결제 방식이 굳어진 넷플릭스와 달리, 아직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자사 앱에 기본 기능인 결제 기능을 빼버리면 이용자 불편이 가중돼 신규 가입자 유치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웨이브와 티빙의 앱 상품 가격은 월 9500~1만7000원 수준인 넷플릭스와 비슷해졌다. 양사 입장에선 콘텐츠 투자 규모, 구독자 수에서 넷플릭스에 밀리는 가운데 그나마 우위에 있던 가격 경쟁력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한국에서만 콘텐츠 확보에 업계 최대 규모인 5500억원을 투자했고 올해는 그 이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월 이용자 수(MAU)는 지난달 1245만명으로 2, 3위 사업자인 웨이브(489만명), 티빙(407만명)을 크게 앞서고 있다(모바일인덱스 기준).
양사는 대신 가격을 올린 앱 상품과 기존 가격을 유지한 웹 상품을 구분해 판매하고 이용자에게 웹 상품 구매가 가능하다는 것을 안내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로 했다. 웨이브 관계자는 “웹으로 접속해 결제하면 기존과 같은 요금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