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한국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에 대응해 도입한 '제3자 결제' 시스템을 전 세계에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부 파트너 회사에 시범 운영격으로 적용해 보고, 대상 지역과 기업을 넓히겠다는 게 구글의 생각이다. 새 결제 시스템의 첫 도입 회사는 글로벌 1위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다.
구글은 24일 회사 개발자 블로그를 통해 '이용자 선택 결제(user choice billing)'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용자 선택 결제는 지난해 12월 한국 도입을 알린 제3자 결제를 글로벌 버전으로 해석한 것이다. 구글은 "최근 한국에 출시한 추가 결제 시스템(제3자 결제)과 자사 정책에 기초해, 다른 국가에서도 이용자 선택 결제의 도입을 검토할 것이다"라고 했다. 연내 스포티파이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구글은 다음 달 1일부터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을 시작한다. 애플리케이션(앱) 안에서 게임·콘텐츠 등 디지털 상품을 판매하려면 인앱결제를 반드시 탑재해야 하는 게 골자다. 이용자가 인앱결제로 디지털 상품을 구매하면 앱 개발사는 결제액의 10~30%를 구글에 수수료로 내야 한다. 이 수수료를 구글에서는 '구글플레이 서비스' 이용료라고 부른다. 앱 유통, 마케팅, 개인정보 보호, 안전결제 등의 서비스를 개발사에 구글 측이 제공한다는 의미에서다.
한국에서는 앱 개발 업계를 중심으로 인앱결제 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이에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행위를 금지하는 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을 마련했다. 구글은 이 법 시행에 맞춰 기존 인앱결제(구글플레이 인앱결제) 외 '개발자 제공 인앱결제'란 이름의 새로운 결제 선택지(제3자 결제)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 마켓에 추가했다. 구글은 이 결제 방식을 다른 지역 마켓에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용자 선택 결제의 수수료율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한국에서는 제3자 결제를 '이용자 개인정보 보호, 안전결제' 등 명목으로 허용하면서 구글이 책정한 인앱결제보다 수수료율을 4% 포인트 낮게(6~26%) 책정한다. 구글은 "대체 결제 시스템 역시 개인정보나 금융정보 보호에 있어서 높은 안전 기준을 만족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글로벌 버전인 이용자 선택 결제도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가 책정될 걸로 보인다. 미 경제매체 CNBC는 "구글은 스포티파이가 여전히 수수료를 지불할 것이라고 본다"고 보도했다.
한국 업계와 정치권에선 제3자 결제 역시 수수료율이 인앱결제 수준으로 과도해 사실상 무의미한 결제 선택지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규제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이 여전히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사실조사 등 제재 절차 착수를 검토 중이다. 다만 해외 첫 제3자 결제 도입 업체인 스포티파이는 이날 "개발자, 이용자, 인터넷 생태계를 위한 이번 제휴를 기쁘게 생각한다. (이번 제휴가) 업계 전체의 이익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해외 언론들은 구글 조치의 배경으로 구글과 애플 앱마켓에 대한 업계 반발과 각국의 규제 움직임을 들고 있다. 한국에서 시작된 인앱결제 규제가 다른 국가들로 번질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이에 구글은 한국 법 대응 방안을 글로벌에 공통 적용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미국(오픈앱마켓법)과 유럽(디지털시장법·디지털서비스법)에서도 한국과 비슷한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네덜란드 경쟁당국은 이미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시행 중인 애플에 누적 336억원(2500만유로) 규모의 벌금 부과와 시정조치 요구 등 제재를 가하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주요 기업 중 하나로, 구글이 이용자 선택 결제를 스포티파이에 선행 적용한다는 건 업계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스포티파이는 에픽게임즈 등과 미국 앱공정성연대(CAF)를 공동 설립해 앱마켓 불공정 행위를 비판했고, 지난 2019년에는 애플을 상대로 관련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