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반도체 제조 공정.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사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2배 넘게 늘었다. 주력으로 생산하는 8인치(200㎜) 반도체 웨이퍼(반도체 원판) 기반 파운드리가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수요가 가파르게 늘었기 때문이다.

24일 SK하이닉스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7000억원, 197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0.4% 소폭 줄었지만, 순이익은 1년 새 111.7% 급증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SK하이닉스가 지난 2017년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기 위해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해 만든 자회사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8인치 웨이퍼에 1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으로 이미지센서(CIS),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전력반도체(PMIC),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 등을 주로 만들고 있다.

파운드리 기술은 12인치(300㎜) 웨이퍼를 기반으로 더 작고, 더 큰 용량을 구현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으로 12인치 웨이퍼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반면 8인치 웨이퍼는 기존 12인치 웨이퍼의 구형 버전으로 업계는 성숙(레거시) 또는 구형 공정으로 취급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직원이 128GB DDR4 제품 생산 공정을 확인하는 모습. /SK하이닉스

그런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공급 문제가 심각해졌고, 성숙 공정인 8인치 웨이퍼의 수요가 많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다양한 성능을 요구하는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더해지면서 12인치 파운드리 대비 적은 비용으로 맞춤형 제작이 가능한 8인치 웨이퍼를 사용하는 파운드리가 인기를 얻고 있다.

수요가 계속되면서 8인치 파운드리 가격도 오르고 있다. 전 세계에서 8인치 파운드리 출하량이 가장 많은 대만 TSMC는 지난해 8인치 파운드리 가격을 15% 올린 데 이어 올해 3분기부터 기존 대비 10~20% 추가로 인상한다고 했다. TSMC를 시작으로 경쟁사인 DB하이텍, 램리서치, 엑셀리스 등이 가격을 인상하면서 SK하이닉스시스템IC도 지난해 비슷한 수준의 가격 인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순이익은 8인치 파운드리 가격 인상으로 전년 대비 2배 넘게 늘었지만, 매출은 전년 대비 소폭 하락하는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충북 청주에 있는 M8 공장을 중국 우시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생산량을 조정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중국 우시 파운드리 공장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1000여개에 넘는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를 공략하기 위해 중국으로 파운드리 공장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지난해 12월부터 우시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장비 이전이 계속되면서 파운드리 공정 가동률이 10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올해 말까지 모든 이전을 마무리할 경우 파운드리 생산량이 기존 대비 2배 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는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우시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오는 2023년부터 SK하이닉스 파운드리 사업 매출이 1조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동시에 파운드리 부족 현상이 계속되는 만큼 순이익도 2배 성장해 4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를 제외한 비메모리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비메모리 매출은 1조8686억원으로, 전체 매출(42조9977억원)의 4.3%를 견인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기록한 지난 2018년 6532억원(1.6% 비중)과 비교해 3배 가까이 늘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와 비교해 시장 가격 변동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비메모리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