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웹툰 산업의 유럽, 동남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대표 교체를 기점으로 나란히 글로벌 진출을 선언한 양사는 한국, 일본에 이어 세계 곳곳에서 웹툰으로 글로벌 경쟁 전초전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의 웹툰 자회사 네이버웹툰은 상반기 유럽 총괄 법인 '웹툰EU'(가칭)를 프랑스에 설립한다고 21일 밝혔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유럽의 디지털 만화 시장은 이용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잠재력 높은 시장이다"라며 "유럽 법인 설립으로 더 현지화된 전략을 펼치고 시장 진출을 더 가속화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글로벌 플랫폼 '웹툰(WEBTOON)'에 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 등 현지 언어를 지원하는 개념에 가까웠던 유럽 사업을 더 체계적으로 돌보겠다는 것이다. 네이버웹툰은 북미에 본사, 한국과 일본에 지사를 두고 '네이버웹툰'(한국), '라인망가'(일본), 'WEBTOON'(그 외 국가) 등 3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올해 WEBTOON의 프랑스어 서비스에 200개, 독일어 서비스에 100개 정도의 작품을 추가해 콘텐츠 다양성을 키운다. 오는 7월 프랑스 내 웹툰 공모전을 열어 현지 작품도 수급한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올해 연간 세 자릿수의 작품 수급량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2배 정도 많은 수준이다"라고 전했다.
네이버웹툰은 국내외 인력 확보, 출판사 네트워크 강화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부터 '글로벌 콘텐츠·서비스' 부문 등 국내 웹툰의 글로벌 콘텐츠 시장 공략 가속화를 위한 전반적인 업무를 맡을 경력직원을 세 자릿수 규모로 채용한다.
WEBTOON의 프랑스어와 독일어 서비스는 양대 애플리케이션(앱)마켓(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에서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와 매출 기준으로 지난달 웹툰·만화 앱 1위를 기록했다. 프랑스에선 현지 2위 플랫폼 '태피툰'의 2대 주주도 네이버다.
이미 유럽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웹툰이 법인까지 세우며 현지 사업을 강화하려는 건, 경쟁사 카카오의 유럽 진출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지난 17일 카카오픽코마의 프랑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지 법인도 세웠다.
카카오픽코마는 네이버 라인망가를 제치고 일본 웹툰 시장 1위에 올라선 '픽코마'를 서비스하는 카카오 계열사다. 일본 시장에서 현지 콘텐츠(망가)를 앞세웠던 전략을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시장에 그대로 적용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프랑스는 일본처럼 디지털 만화 산업이 발달했고 일본 망가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다"라고 말했다. '카카오웹툰'을 운영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픽코마 프랑스에 콘텐츠를 주도적으로 공급하는 '마스터 콘텐츠 공급자(MCP)' 역할을 맡는다.
양사가 본격적인 경쟁을 벌일 프랑스는 유럽 웹툰 시장의 거점으로 평가받는다. 독일, 스페인 등 인근 국가 진출을 위해선 프랑스란 관문을 먼저 넘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웹툰, 전자책 만화 등을 포함한 디지털 만화의 유럽 시장 규모는 매년 꾸준히 늘어 올해 전 세계의 26.6%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 중 프랑스가 지난해 기준 2억9800만달러(3600억원)로 최대 규모를 차지한다.
양사는 한류 문화가 발달한 태국을 거점으로 하는 동남아 시장에서도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했다. 유럽처럼 동남아 시장 상황도 네이버가 먼저 진출해 1위 사업자에 올라섰고 카카오는 이를 추격하려는 모습이다.
지난주 양사는 동남아 사업 실적을 앞다퉈 공개했다. 네이버는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등 3개 국가에서 구글플레이 매출 기준 만화 앱 1위를 차지했고, 지난달 첫주(1월 31일~2월 6일)엔 주간 거래액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지난해 카카오웹툰의 현지 버전을 출시한 후로 네이버를 따라잡기 위한 킬러 콘텐츠(흥행작)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로 방영된 웹툰 '사내맞선'이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각각 2~3주 연속 거래액 1위를 달성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드라마가 넷플릭스 비(非)영어 TV쇼 부문 10위권에 들며 원작의 인기가 덩달아 오른 덕이다. 드라마 방영 직후 웹툰 조회수는 태국에서 10배, 인도네시아와 대만에서 13배 증가했다.
카카오는 북미에서도 래디쉬·타파스·우시아월드 등 현지 플랫폼을 거느리고, 현지 왓패드를 가진 네이버와 맞붙고 있다. 카카오는 '비욘드 코리아(한국 너머)'로 이름 붙인 자사 글로벌 진출 전략의 하나로, 연간 글로벌 웹툰 거래액을 2024년까지 지난해의 3배로 성장시키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