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플래그십(최상위 기종) 스마트폰에서 성능 제한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삼성전자가 중저가 갤럭시A 시리즈 3종을 무더기로 쏟아내며 올해 출하량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갤럭시S 시리즈를, 하반기 폴더블(화면이 접히는)폰인 갤럭시Z 시리즈를 플래그십 포트폴리오로 각각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 판매량에선 갤럭시A 시리즈가 최대 효자로 알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출하량 가운데 58%는 갤럭시A 시리즈가 차지했다. 전체 3분의 2 수준이다. 북미, 유럽, 중남미, 중동아시아 등에서 폭넓게 인기를 끌고 있다.
플래그십 시장에서 경쟁 중인 애플 역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운 3세대 아이폰SE 모델을 동시에 내놓은 상황이어서 삼성전자가 목표한 출하량을 달성하고, 세계 1위로서 자존심을 지켜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한국 시각 17일 밤 '삼성 갤럭시A 이벤트 2022′를 열고 '갤럭시A53′ '갤럭시A33′을 공개하고 18일부터 우선 갤럭시A53의 사전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50만원대(출고가 59만5000원)에 5나노 공정으로 생산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야간·인물 촬영 강화 등을 내세웠다. 갤럭시A33의 출시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A53의 경우 2500만~4000만대, A33의 경우 1600만~3100만대 수준으로 연간 출하량 목표치를 내부적으로 정하고 있다"라면서 "출하 예상치 범위가 넓은 것은 그만큼 경쟁사(애플),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 등의 영향 등 여러 변수가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와 함께 폰아레나 등 외신을 통해 삼성전자가 이벤트에서 공개하지 않은 A시리즈 최상위 제품인 '갤럭시A73′이 삼성 홈페이지에 올라왔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1억800만화소의 메인 카메라에 120㎐(헤르츠) 주사율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등 전작 대비 개선된 것이 특징이었다. 일부 국가에서만 출시할 예정으로 출고가는 정해지지 않았다. 중국 브랜드의 가장 저렴한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직접 경쟁하는 모델인 만큼 출하량 확보가 가장 중요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 출시가 본격화된 갤럭시A53의 경우 애플의 '아이폰SE3′과 직접적으로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SE3의 출고가는 59만9000원으로 가격대 역시 매우 비슷한 상황이다. 이윤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아이폰SE3와 갤럭시A 시리즈가 경쟁을 벌일 것"이라면서도 "현재 아이폰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외신들 사이에선 지난 9일 공개된 아이폰SE3 성능이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아이폰SE3의 배터리 수명은 이전보다 개선되지 않았으며 후면 렌즈도 한 개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아이폰이나 일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되는 야간 모드, 광각, 망원 등의 카메라 기능이 빠진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디자인이 구식이다"라고 했다. 아이폰SE3는 4.7인치 화면크기에 홈버튼을 채용하는 등 기존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성능을 원하지 않는 일부 소비자를 제외하곤 굳이 교체할 이유가 없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혹평 속에서도 아이폰 인기가 좋은 중국에서는 아이폰SE3 또한 발송 시기가 최대 2주가량 지연될 정도로 품귀 현상을 빚는 등 초반 흥행에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애플이 1분기 500만대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총 3000만대 이상의 아이폰SE3를 출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갤럭시A에서도 가격별로 성능 급을 나눴기 때문에 타깃 지역을 명확히 해 해당 제품을 내놓는 '전략'이 전체 출하량을 끌어올릴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