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용 칩 시장에서 삼성전자 존재감이 옅어지고 있다. 대만 미디어텍이 부상하면서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오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하는 삼성전자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글로벌 태블릿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인 건 60.1%의 미국 애플이었다. 인텔은 점유율 13.3%로 2위에 올랐다. 대만 미디어텍은 점유율 9.1%를 기록해 처음으로 3위를 차지했다. 퀄컴과 삼성전자는 순위권 밖으로 밀리며 '기타'를 형성했다. 삼성전자의 태블릿 AP 시장 점유율은 5% 미만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애플 아이패드 에어. /애플 제공

태블릿PC용 AP는 기기에서 여러 기능을 하는 반도체를 한곳에 모은 통합칩(SoC)이다. 대표적인 시스템 반도체로 분류된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통신칩, 메모리 등으로 구성된다. 이 시장 절대 강자는 애플로, 시장 1위 태블릿PC 아이패드에 모두 직접 설계·개발한 칩을 얹는다. 인텔은 PC 프로세서의 절대 강자라는 점을 십분 살려 태블릿PC 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인다.

태블릿PC용 AP는 애플과 인텔이 시장의 70%를 가져가고, 나머지를 후발 주자끼리 점유율 싸움을 벌이는 구도다. 지금까지는 퀄컴과 삼성전자가 3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만 미디어텍이 부상, 퀄컴과 미디어텍이 경쟁하는 모양새다.

태블릿 완제품 시장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750만대(점유율 38%)의 애플이 1위, 삼성전자는 750만대(점유율 17%)로 2위다. 애플이 자사 AP 전량을 태블릿에 장착하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자사 AP 장착에 소극적이다. 지난달 내놓은 최신 태블릿PC인 갤럭시탭S8 시리즈에도 퀄컴의 AP가 사용됐다. 지난해 내놓은 보급형 갤럭시탭A7 라이트와 갤럭시탭A8에는 각각 미디어텍과 중국 유니SOC의 AP를 썼다.

미디어텍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헬리오 P35. /미디어텍 제공

미디어텍은 스마트폰 AP에서도 시장 1위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미디어텍의 시장 점유율은 33%다. 퀄컴이 30%로 바짝 뒤를 쫓고 있다. 한때 점유율 14%로 애플을 앞섰던 삼성전자는 2020년 2분기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다. 지난해 4분기 점유율은 4%로 전년 대비 3%포인트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AP 시장 4위 자리를 유니SOC에 내어주기도 했다.

반등도 어렵다. 엑시노스의 수율(收率·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 문제가 불거진 탓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2에 엑시노스보다 퀄컴 AP를 더 많이 장착하고 있다. 17일 공개 예정인 갤럭시A시리즈에는 퀄컴과 미디어텍을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 공개돼 스마트폰 사상 처음으로 한 해 5000만대 판매를 넘긴 삼성 갤럭시A12에도 미디어텍 AP인 헬리오P35가 장착됐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4㎚(나노미터·10억분의 1m) 엑시노스 수율 이슈가 우려되고 있다"라며 "지난해 4분기만해도 엑시노스가 갤럭시S22 A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3분의 1에 그쳤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는 자사 제품에 채택되는 방식으로 점유율을 늘렸지만, 최근 들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라며 "경쟁력 확보 등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지 않으면 향후 삼성 시스템 반도체 사업 전략에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했다.

☞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plication Processor) 약자다.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5G 통신칩 등 제품 동작에 필요한 핵심 기능을 모아놓은 통합 반도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