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들이 미국의 고강도 제재에 시장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이 연평균 20% 넘게 성장하고 있지만,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은 앞으로 5년간 점유율을 늘리지 못하고 현재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사업을 육성 중인 삼성전자에는 유리한 상황이다.
16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파운드리 시장 매출은 1321억달러(약 163조6719억원)를 기록, 전년 대비 20% 성장이 예상된다. 지난 2020년(21%), 2021년(26%)에 이어 3년 연속 20%대 성장세를 보이는 것이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1%다.
전 세계 파운드리 매출은 지난 2017~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여파로 2019년 2% 감소하는 등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020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반도체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다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IC인사이츠는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과 통신 장치, 전기자동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파운드리 시장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라며 "올해도 매출이 20% 늘어날 경우 최근 3년은 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성장 기간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중국 파운드리 시장은 당분간 성장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을 향한 미국의 제재 수위가 높아지면서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서 사업을 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은 자국 시장과 러시아, 인도, 동유럽 등에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는데, 미국은 지식재산권(IP) 침해와 군사 위험 등의 이유로 수출을 제재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중국 파운드리 업체를 향한 미국의 제재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지난 8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반도체를 판매하는 중국 SMIC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 미국 장비와 소프트웨어 사용을 원천 금지하겠다"라며 "SMIC가 사업을 중단하게 될 경우 중국의 반도체 제조 역량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라고 했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SMIC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崛起)'를 상징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반도체업계는 2026년까지 중국 파운드리 판매가 내수 시장으로 제한되면서 점유율이 현재 수준인 8%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SMIC가 중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 수입 제재국에 포함된 만큼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첨단 파운드리 사업에서 TSMC,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은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수출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반도체 자립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반도체 수입은 4326억달러로, 수출 1538억달러 대비 3배 가까이 많다. 여전히 반도체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도 자국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한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조금을 지급하고 정부가 반도체를 직접 구매해 중소기업에 저가로 판매하는 식이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중국이 지난해 28건의 반도체 공장 신설 프로젝트를 발표, 260억달러(약 32조2140억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SIA는 "중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책이 매년 나오고 있다"라며 "미국의 제재가 강화될 수록 중국 정부의 지원이 확대되는 모습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