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81년생 리더' 최수연 신임 대표(최고경영자·CEO)가 14일 공식 선임됐다. 최 신임 대표는 네이버를 글로벌 톱티어(일류) 인터넷 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네이버는 이날 오전 10시 경기 성남시 본사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23기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최 신임 대표의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네이버는 한성숙 전 대표를 포함한 회사의 초창기 멤버들인 '창업 세대'에서 인터넷 산업의 성장기에 태어난 '인터넷 세대'로의 경영진 세대 교체를 이뤄냈다. 네이버는 앞으로 신사업 발굴을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번 인사는 한 전 대표 아래에 본사 C레벨 임원, 사내독립기업(CIC) 대표, 총괄급을 건너뛰고 그 아래인 책임리더(조직장)급에게 대표직을 물려주는 파격적인 결정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도약에 필요한 전문성, 조직문화 쇄신에 대한 회사의 의지를 보여줄 상징성 등 네이버가 당면 과제를 헤쳐나가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모두 갖춘 최 당시 책임리더가 신임 대표로 적임자란 평가를 받은 걸로 전해진다.
최 신임 대표는 1981년생으로 대표 선임 전까지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도와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을 이끄는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조직장)를 맡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가 이 GIO에게 두터운 신임을 얻어왔다고 전했다. 서울대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2005년 네이버(당시 NHN)에 입사해 4년 동안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조직에서 일했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해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재직했고 하버드 로스쿨을 거쳐 미국에서 인수합병(M&A), 자본시장, 기업 지배구조 분야에서 변호사 경력을 이어가던 중 2019년 네이버로 복귀했다.
최 신임 대표는 이날 주주총회장에서 주주들에게 글로벌 진출 포부를 직접 밝혔다. 그는 "선배 경영진과 구성원들이 만들어낸 라인, 웹툰, 제페토(네이버의 메타버스 서비스)를 능가하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새로운 사업의 인큐베이터가 될 것이다"라며 "글로벌 감각과 전문성을 갖춘 리더십을 구축하고 기술 혁신을 지속해 나가겠다"라고 했다.
최 신임 대표는 "지난 20년간 주주들의 아낌없는 지지로 네이버는 검색, 커머스, 콘텐츠, 핀테크,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기술 리더십과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인터넷 역사에서도 매우 드문 기업으로 성장했다"라며 "사업 간 융합을 실험하며 지속적으로 신사업을 만들어 제대로 평가받는 시장가치로 보답하겠다"라고 말했다.
최 신임 대표는 그러면서 "도약을 위해 무엇보다 신뢰와 자율성에 기반한 네이버만의 기업문화를 회복하는 것을 당면 과제로 보고 있다"라고 했다.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논란으로 한성숙 전 대표를 포함한 기존 경영진에 대한 회사 안팎의 비판 여론이 높아졌고, 그 결과로 한 전 대표가 임기를 마저 채우지 못하고 최 신임 대표가 대표직을 조기에 물려받은 만큼 조직문화 쇄신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취지다.
최 신임 대표는 이날 주주총회를 마치고 이사회 참석을 위해 한 전 대표와 나란히 취재진 앞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대표로서 첫 공식석상이다. 취재진의 관심이 어색한 듯 수줍은 표정과 웃음을 지으며 내뱉은 첫마디는 "(내가) 연예인 같아"라는 말이었다.
최 신임 대표는 그러면서 임직원과의 소통을 우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회에서의 대표 선임 안건 의결까지 무사히 마치고 나면 직원드에게 이메일을 가장 먼저 돌리겠다"라며 "직원들이 저한테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주에 바로 직원들과 인사하고 다음 달엔 언론을 통해 더 많은 얘기를 하겠다"라고 했다. 이번주 중에 사업 전략과 조직문화 개선의 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중장기적인 신사업 발굴도 다시 한 번 약속했다.
그는 말한 대로 이사회 직후 임직원에게 '네이버와 직원들을 향한 열렬한 팬레터'라고 부르는 이메일을 돌렸다. 이메일에서 그는 "여러분이 귀찮게 느낄 만큼 자주 인사를 드리겠다. 새로운 인재를 발탁하고 권한을 적극적으로 위임함으로써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겠다"라며 "구성원이 경험하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겠다. 제도와 프로세스 미비 등의 문제 해결, 회사를 믿고 주도적으로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데 우선순위를 두겠다"라고 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선 채선주 전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의 사내이사 선임 등 7개 안건도 의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