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를 쏙 빼닮은 각진 디자인, S펜 내장 특징을 담은 '갤럭시S22 울트라'.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올해 초 역대급 성능을 무기로 야심 차게 내놓은 플래그십(최상위 기종) 스마트폰 갤럭시S22 시리즈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출시 초반 사전 판매·개통에서 최다 기록을 세우며 갤럭시S20과 S21의 흥행 부진을 씻는 듯했지만, 예기치 못한 악재를 마주하면서다. 성능 논란을 일으킨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때문에 민심이 돌아섰고 당국은 조사에 착수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S22 시리즈 출하량을 3000만대가량으로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갤럭시S 시리즈는 2019년 갤럭시S10 시리즈 이후 2년 연속 3000만대를 밑돌았다.

◇ 노트 품은 갤럭시S22…3년 만에 3000만대 고지 목표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S22 시리즈 3000만대 출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19년 갤럭시S10 시리즈 이후 2020년부터 내놓은 갤럭시S 시리즈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흥행 척도로 불리는 3000만대 고지를 넘지 못했다.

갤럭시S 시리즈 중 가장 흥행한 모델은 2016년 내놓은 S7 시리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출시 첫해 판매량만 약 5000만대에 달했다. 이후 2017년부터 내놓은 S8과 S10은 4000만대 안팎을 기록해왔다. 그러다 2020년 갤럭시S20이 2800만대로 떨어지더니, 지난해 내놓은 S21은 2400만대에 그쳤다. 갤럭시S22가 목표치에 미달할 경우 3년 연속 3000만대를 밑돌게 되는 것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지난 2월 1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갤럭시 언팩 2022' 행사에서 '갤럭시S22 울트라'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 때문에 업계는 갤럭시S22의 흥행 여부에 주목했다. 초반 기세는 나쁘지 않았다. 지난 2월 14일부터 21일까지 8일 동안 진행한 사전판매 기간 팔린 제품 수는 102만대를 기록했고, 사전 개통 첫날인 2월 22일 개통량도 30만대에 달했다. 모두 갤럭시S 시리즈 중 역대 최다다.

갤럭시S22 시리즈의 초반 흥행을 이끈 것은 최상위 모델인 울트라였다. 사전 판매에서 울트라가 차지한 비중은 60%에 달한다. 이는 국내 통신 3사가 사전 구매자를 대상으로 집계한 비중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갤럭시S22 시리즈가 3개 모델로 구성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삼성전자는 기존 갤럭시 노트 사용자들의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했다. 갤럭시S22 울트라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하지 않은 갤럭시 노트를 계승한 모델이다. 울트라를 통해 노트 이용자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삼성전자의 판단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갤럭시 폴드 3 플립 3 체험기 gif

삼성전자가 지난해 갤럭시Z폴드3와 플립3 등 폴더블(화면이 접히는)폰으로 큰 관심을 받았지만, 시장 점유율로 보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은 890만대다. 같은 기간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이 13억9100만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존재감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삼성전자가 전체 폴더블폰 시장에서 약 90%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바(bar)형 스마트폰 판매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 이용자 소송과 정부 조사로 확산한 성능 논란

초반 흥행을 조짐을 보였던 갤럭시S22 시리즈는 성능 논란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이로 인해 초반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다.

갤럭시S22

성능 논란은 삼성전자가 GOS 기능을 ‘강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GOS 기능은 고사양 게임을 장기간 구동할 때 발생하는 과도한 발열을 막기 위해 초당 프레임 수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조절하는 시스템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삼성전자는 기기 성능을 최대로 발휘할 경우 발열이 일어나는 만큼 이로 인해 사용자가 화상을 입거나 배터리가 폭발할 위험을 막기 위해 2016년 출시한 갤럭시S7부터 GOS 기능을 적용 중이다.

이처럼 삼성전자는 갤럭시S22 시리즈 전부터도 해당 기능을 적용했지만, 당시에는 이 기능을 무효화하는 우회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제품부터는 우회 방식을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뿔난 소비자들은 즉각 행동에 나섰다. 지난 2일 네이버 개설된 ‘갤럭시 GOS 집단소송 준비 방’이라는 카페 가입자 수는 현재 7000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포르쉐를 (시속) 100㎞로 속도 제한을 걸면 사겠습니까”라고 주장한다. 삼성전자의 플래그십인 갤럭시S22 시리즈를 독일 슈퍼카 브랜드인 포르쉐에 비유해 성능을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 기만행위라는 것이다.

GOS 논란은 해외로도 확산했다. 글로벌 전자기기 성능측정 사이트인 ‘긱벤치’가 지난 5일(현지 시각) ‘성능측정 조작’을 이유로 갤럭시S22 시리즈 전 모델을 포함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4종을 평가목록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이전까지 긱벤치 평가목록에 제외됐던 기종은 대부분 중국 회사 제품이었다. 긱벤치의 성능측정은 해외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입할 때 참고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뒤늦게 논란 진화에 나섰다. 앞서 지난 4일 GOS 기능 관련 업데이트를 예고한 지 6일 만인 지난 10일 오후 갤럭시S22 시리즈 3종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그러나 GOS 카페 가입자 일부는 소송을 통해 삼성전자에 책임을 묻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원고를 모집 중이며, 원고 1인당 청구액은 30만원으로 책정했다. 또 일부 이용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삼성전자를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제품을 홍보하며 ‘역대급 성능’이라고 표현했지만, 성능 제한으로 회사 측이 강조했던 성능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