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꽃다발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네이버·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제정을 둘러싼 국회 논의가 원점에서 다시 이뤄질 전망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제정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곧 들어설 윤석열 정부도 규제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플랫폼 경제 정책에 접근하고 있어서다.

10일 국회와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현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던 온플법 제정이 재검토될 가능성이 커졌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플랫폼 분야 특유의 역동성이 저해되지 않도록 최소 규제가 필요하다”라며 플랫폼 규제에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규제 강화 기조를 내걸고 당선 후 온플법을 즉각 제정하겠다는 공약까지 했지만, 낙선하면서 공약 이행도 무산됐다.

온플법은 검색 알고리즘 조작, 과도한 수수료 부과 등 플랫폼 입점업체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거래 행위, 이른바 플랫폼 갑질을 막는 법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공정거래위원회 주관), 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방송통신위원회 주관)이 동시에 입법 추진 중이다. 정무위 법안 기준 거래액 1조원 또는 매출 1000억원 이상인 18개 국내외 플랫폼 사업자가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쇼핑,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카카오모빌리티, 구글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원스토어, 쿠팡,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대상이다.

앞서 여당은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두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야당이 “이해당사자 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라며 여당의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두 법안은 현재 각각 상임위인 정무위와 과방위에서 계류 중이다. 차기 정부에서 신속하게 법안을 처리하겠다던 여당이 정권 유지에 실패하면서 온플법 논의도 당분간 교착상태가 더 이어질 전망이다.

정무위 야당 간사를 맡은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차기 정부에서도 우리의 입장은 변함없다”라며 “법 취지엔 공감하지만 졸속으로 처리할 만큼 시급한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려면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상임위 절차인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가 열려야 하는데 이는 여야 간사가 일정을 합의해야 개최된다. 온플법은 두 상임위 모두 야당 간사가 소위원장을 맡은 법안2소위에서 다뤄지기 때문에 야당의 입김이 특히 세다.

야당이 법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플랫폼 사업자를 대변하는 IT업계가 온플법 제정에 반발하고 있어서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 등 IT기업 단체들은 온플법이 국내 플랫폼 경제를 위축시켜, 구글·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 맞설 국내 대형 플랫폼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거라고 우려한다. 중소 플랫폼 기업에 대해서도, 새로운 서비스가 계속 생겨나는 플랫폼 산업의 범위를 제한하는 온플법의 ‘표준계약서 작성 의무화’ 조항이 악영향을 미칠 거라고 본다. 인기협은 이날 온플법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성명을 통해 차기 정부에 “근거도 취약하고 광범위한 규제로 혁신의 싹을 틔우기 어려운 환경을 반드시 개선해달라”고 했다.

반면 플랫폼 입점 업체를 대변하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단체들은 온플법 제정을 요구해왔다. IT업계와는 희비가 갈리는 모습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플랫폼 불공정 거래를 호소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 지난해 상반기 실태조사에선 최근 3년간 입점 중소기업·소상공인 5곳 중 1곳이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 책정, 일방적인 정산 등 불공정 거래 경험을 겪었다고 응답했다”라며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라도 차기 정부가 어떻게 구성되든 국회는 온플법을 하루빨리 제정할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 정무위와 과방위 간사 측 모두 차기 정부에서의 온플법 처리 계획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민주당이 여전히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변수는 남아있다. 지금까진 대선을 의식해 고려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처리 때처럼 과반 의석을 앞세워 법안소위를 우회하고 법안을 단독 처리하는 안건조정위원회 절차도 선택 가능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