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2일(현지시각) 핀란드에 있는 모바일 게임 개발·유통(퍼블리싱)사 넥스트 게임즈(Next Games)를 6500만유로(약 868억원)에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이클 베르두 넷플릭스 게임 담당 부사장은 성명을 통해 “넥스트 게임즈가 넷플릭스에 합류해 내부 게임 스튜디오 역량을 확장할 수 있게 돼 기쁘다”라면서 “넷플릭스는 이제 게임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넥스트 게임즈와 함께라면 전 세계 회원들이 즐길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게임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3년 설립된 넥스트 게임즈는 ‘워킹 데드’ 같은 인기 드라마를 기반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해에는 넷플릭스가 제작, 방영해 인기를 끈 SF호러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모바일 게임 ‘기묘한 이야기:퍼즐 테일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 모두 즐길 수 있는 게임 내세운 넷플릭스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가 게임 사업 확대를 위해 잰걸음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모바일 게임을 처음 출시하며 출사표를 던진 넷플릭스는 이를 위해 일렉트로닉아츠(EA)·페이스북 임원을 지낸 마이클 버듀를 게임 개발 부사장으로 영입하는가 하면, 9월에는 ‘애프터파티’라는 흥행 인디 게임 개발사인 ‘나이트 스쿨 스튜디오’를 인수하기도 했다. 게임 사업 진출을 선언한 이후 첫 인수였다.
당시 넷플릭스는 “우리는 앞으로도 세계 곳곳의 개발자와 협력하고 업계 최고의 인재들로 팀을 구성해 게임 성향이나 난이도에 관계없이 모든 게이머가 즐길 수 있는 넷플릭스만의 뛰어난 게임을 선보일 것”이라며 “넷플릭스 영화나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이 게임들도 전부 넷플릭스 멤버십 하나로 이용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넥스트 게임즈 인수는 인기 영상 콘텐츠를 게임화시키는 역량을 보유한 업체를 완전히 내재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인수는 오는 2분기 말 마무리될 전망이다.
◇ “광고투성이 모바일게임 시장 뒤흔들 게임체인저”
넷플릭스의 게임 행보에 대해 미디어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그간 넷플릭스는 콘텐츠 추천, 에피소드 전체를 업로드 해 한 번에 몰아보기(빈지워칭) 트렌드를 만드는 식으로 한발 앞선 전략을 구사해 왔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인터랙티브 영화인 ‘블랙미러:밴더스내치’를 선보이며 방송사, 제작사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인터랙티브 영화는 시청자가 주연의 선택지를 직접 골라 결론을 달리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당시로선 넷플릭스가 이런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미디어 전문가인 김조한 ‘NEW ID’ 이사는 “현재 모바일 게임 광고는 플레잉 시간보다도 길 정도로 게임 경험을 해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라면서 “광고 없이 콘텐츠를 본다는 개념으로 OTT를 성공시켰듯, 누구나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광고 없이 넷플릭스 멤버십을 통해 제공해 모바일게임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제작비 측면에서 영상 대비 캐주얼 게임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는 점, 시청시간 대비 게임 플레잉 시간(플랫폼 체류시간)이 길다는 점에서 수익성이 더 좋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2억2000만명(지난해 말 기준 멤버십 구독자 수)이 즐길 수 있는 거대 모바일 게임 유통 플랫폼이 탄생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