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중형위성 2호 가상이미지. /KAI 제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가 한국의 국가 우주계획에도 미치고 있다. 한국은 올해 하반기 러시아 발사체(로켓)를 빌려 중대형 인공위성 2기를 쏘아 올릴 계획이지만, 최근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면서 러시아와의 협력이 끊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러시아와의 협력 차질 가능성에 대비해 다른 로켓을 빌리기 위한 계약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과기부는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6호를 러시아 '앙가라' 로켓으로, 차세대중형위성(차중) 2호 역시 러시아 '소유즈' 로켓에 실어 발사하기로 러시아 측과 계약했다. 하지만 국제 정세 악화로 이 로켓들을 빌리지 못할 경우 즉시 다른 국가와 발사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관련 서류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권현준 과기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한국이 제재에 참여한다고 했으니 러시아가 로켓을 제공하지 않을 수도 있고, 반대로 우리 인공위성에 미국 부품이 들어갔기 때문에 미국이 우리와 러시아의 기술 협력을 반대할 수도 있다"라며 "변수가 많기 때문에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과 유럽우주국(ESA) 아리안스페이스의 아리안 로켓 정도다. 과기부는 필요할 경우 이 로켓들을 빌리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로 계획한 발사 일정을 맞출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국가나 기업의 발사 수요가 이 로켓들로 몰려 발사 시기가 미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기업 원웹의 인공위성이 지난 2일(현시각)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대로 이송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과기부가 우려하는 상황은 이미 해외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각) 러시아연방우주국(ROSCOSMOS)은 영국 기업 원웹의 우주인터넷용 위성을 발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원웹은 러시아와 계약해 이미 위성 428기를 쏘아 올렸고 220기를 더 발사할 계획이었는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벌어진 후 러시아는 서방 진영인 영국 정부가 원웹의 지분을 매각하고 위성을 군사용으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영국 정부는 이를 거절했다.

지난 3일(현지시각) 외신 더버지에 따르면 러시아연방우주국은 미국 기업 ULA와 노스럽그러먼에 자사 로켓 엔진도 더는 팔지 않겠다고 밝혔다. ULA는 보잉과 록히드마틴의 합작사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국방부에 로켓 기술을, 노스럽그러먼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화물 공급선을 공급하는 회사로, 양사 모두 러시아연방우주국으로부터 로켓 엔진을 공급받아왔다.

유럽 아리안스페이스도 러시아 소유즈 로켓을 빌려 다음 달 '갈릴레오 항법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었지만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러시아가 협력을 거부하고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발사장에서 자국 인력을 철수시키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산 로켓 '누리호'의 상용화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미국, 유럽처럼 독자 개발한 로켓을 가져야 외교 문제로부터 국가 우주계획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진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한국이 인공위성을 만든 지 20년이 넘었고 기술 수준으로 세계 6위권에 올랐다"라며 "하지만 로켓 기술까지 확보해 완전한 우주기술 자립에 성공해야만 강대국의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정은 달랐지만 지난해 3월 발사된 차세대중형위성 1호도 애초 2020년 상반기에 개발이 끝나 그해 발사할 계획이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국과 러시아 기술자 간 접촉이 끊기면서 계획이 틀어졌었다.

최초의 국산 로켓 누리호는 지난해 10월에 이어 오는 6월 15일 두 번째 시험 발사를 앞두고 있다. 시험 발사에 성공하면 기술 고도화를 거쳐 내년 차세대중형위성 3호를 시작으로 여러 인공위성과 2030년 한국 최초의 달 착륙선 발사에 활용된다.

지난해 10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발사되고 있다. 누리호는 국내 기술로 완성한 최초의 국산 발사체다.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