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소셜미디어(SNS) 싸이월드가 3월 부활을 약속했다. 다만 이미 여러 차례 출시 연기를 거듭해온 탓에 출시 가능성과 출시 후 서비스 경쟁력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싸이월드의 운영사 싸이월드제트는 지난달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2월 28일 애플리케이션(앱)마켓의 '최종 앱 심사'를 진행한다"라고 밝혔다. 앱 심사는 앱마켓인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에 싸이월드 앱을 유통시키기 위해 거쳐야 하는 마지막 절차다.
싸이월드제트 측은 "앱 심사를 진행하면 (완료까지) 7~14일 정도 소요될 걸로 판단한다"라며 "그동안 앱마켓이 요청한 것들을 다 소명해왔기 때문에 더 이상 소명은 없을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3월 중 오픈은 문제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했다.
싸이월드는 지난해 12월 17일 출시가 예정됐지만 지금까지 미뤄지고 있다. 싸이월드제트가 밝힌 연기 사유는 앱마켓의 심사 지연이었다. 신규 앱으로는 이례적으로 과거 3200만 회원의 미니홈피 사진 170억장 등 수백TB(테라바이트) 규모의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어 앱 심사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싸이월드의 출시 연기는 이를 포함해 지난해 총 5차례 있었다. 연기 사유도 가지각색이었다. 지난해 3월엔 PC 웹 버전으로 준비 중이던 서비스를 모바일 앱으로도 함께 출시하기로 결정해 2개월이 더 필요하다고, 2개월 후인 5월엔 과거 이용자 정보·사진·영상 등 데이터를 복원하는 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려 7월로 다시 미뤘다. 7월 5일 출시 예정 시각을 약 2시간 30분 남겨두고는 80건 이상의 해외 해킹 시도를 포착해 보안 시스템을 강화한다며 또 미뤘다. 8월 2일에 나온 서비스는 과거 회원이 자신의 계정을 찾고 로그인해 사진 1장을 확인할 수 있는 시범 서비스인 '로그인 서비스'가 전부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이용자는 싸이월드제트의 새로운 공지에도 여전히 출시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로그인 서비스를 이용하며 정식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이용자 신모씨는 "로그인 서비스를 한 지도 벌써 수개월이 됐는데, 처음엔 기대했지만 지금은 이게 실체가 있는 서비스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특히 그사이에 출시 소식과 맞물려 코인(암호화폐) 시세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보면 업체 측이 서비스 재개에 진정성을 갖긴 한 건지 의문마저 든다"라고 말했다.
출시가 늦어지다 보니 신씨의 반응처럼 서비스의 완성도에 대한 의문도 함께 나오고 있다. 싸이월드는 이용자가 글과 사진을 올리고 캐릭터와 배경음악(BGM) 등으로 직접 꾸밀 수 있는 개인 공간 '미니홈피'를 통해 친구(일촌)와 소통하는 SNS다. 개인 공간에 게시글을 쓰고 친구와 소통한다는 점에서 국내외 SNS 강자인 페이스북과 이용 방식이 유사해 직접 경쟁이 불가피한데 과연 싸이월드가 '추억의 SNS'라는 특징 하나만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싸이월드는 '일촌맺기'를 통한 지인 기반 커뮤니티다. 특성상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비슷하다는 의미다"라며 "과거 싸이월드가 무너지면서 그 이용자를 페이스북이 다 흡수했던 만큼 이번 서비스 재개 후에도 같은 이용자층을 두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함께 준비 중인 메타버스(한컴타운)를 제대로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싸이월드제트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싸이월드 한컴타운'이란 메타버스 서비스를 연동해 운영하기로 했다. 업체의 설명에 따르면 미니홈피엔 이용자의 2.5차원(2.5D) 아바타(분신)인 '미니미'가 상주하는 '미니룸'이 있고, 미니미가 미니룸 밖으로 나가면 지인 최대 10명이 소통할 수 있는 '마이룸', 그 너머엔 특정 행사·주제·관심사로 500명이 모이는 '스퀘어'로 구성된 한컴타운이 있다. 이를 통해 기존 지인 기반 커뮤니티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 공개된 한컴타운은 제대로 완성되지 않고 출시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17일 싸이월드 앱 출시가 다시 미뤄졌을 때 한컴타운의 PC 웹 버전만 한컴 웹사이트를 통해 시범 출시됐다. 현재 누구나 접속할 수 있지만, 접속 후 할 수 있는 일은 '호수 공원'과 '공원'이란 공간에서 한 종류의 캐릭터를 네 방향으로 움직하고 다른 이용자를 초대해 일반채팅과 화상채팅을 하는 게 전부다.
한컴 관계자는 "싸이월드 앱이 나오지 않은 만큼 아직 연동이 덜 이뤄졌다"라며 "싸이월드의 개성인 일촌 중심의 기능으로 메타버스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는데, 싸이월드 출시 후 그 내용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