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카이스트(KAIST) 총장은 1일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이사의 사망 소식을 듣고 황망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이 총장은 조선비즈와 전화통화에서 “너무 황망하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김 이사는) 정말 앞으로 더 큰 일을 (했어야 할 사람이고) 새로운 걸 창조하는 사람이다. (김 이사의 죽음은) 우리 사회, 대한민국에 큰 손실이다”라고 말했다.
1990년대 카이스트 전산학과 대학원에서 지도교수와 대학원생으로 만난 두 사람은 최근까지도 각별한 사이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은 지난해 5월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를 묻는 출연진의 질문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총책임자(GIO)와 함께 김 이사를 꼽았다.
이 총장은 “회사를 세운 제자들이 여럿 있다. 정주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아주 골치 아픈 제자였다”라며 “공부를 착실하게 안 하고 어느 때는 머리를 노랗게 하고 오고 어떤 때는 빨갛게 하고 왔다. 귀걸이를 달고 오는데 양쪽에 짝짝이로 달고 오더라. 교수가 보기에는 한 번 야단치고 싶은 제자였다”라고 회상했다.
1990년대 1세대 벤처 창업가들을 길러낸 이 총장에게 김 이사는 특히 더 아픈 손가락이었다. 김 이사는 1993년 박사과정에 진학했지만 창업을 병행하느라 학업에 전념하지 못했고 결국 연구실에서 쫓겨났다. 그를 거둬준 사람이 당시 같은 학과 교수였던 이 총장이었다. 김 이사는 이 총장 밑에서 학업을 더 이어갈 수 있었다. 박사과정을 졸업하지는 못했지만 김 이사는 이 총장의 지원으로 넥슨 창업에 성공했다.
김 이사는 지난해 3월 이 총장 취임식에 참석해 직접 관련 일화를 전하며 스승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석·박사 과정에 있으면서 뭐 하나 제대로 못 하던 20대 시절에 교수님(이 총장)이 따뜻하게 챙겨주셨고, (창업의 꿈을) 아낌없이 믿어주고 도와주셨다”라며 “이 총장님의 희망대로 카이스트가 MIT를 넘어서길 바란다. 저도 힘이 되면 돕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