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8일 이광형 총장 취임식에서 이 총장(가운데)과 제자였던 김정주 NXC 이사(맨 왼쪽)가 함께 찍은 사진. /카이스트 제공
지난해 3월 8일 김정주 NXC 이사의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취임식 축사. /카이스트 제공

이광형 카이스트(KAIST) 총장은 1일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이사의 사망 소식을 듣고 황망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이 총장은 조선비즈와 전화통화에서 “너무 황망하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김 이사는) 정말 앞으로 더 큰 일을 (했어야 할 사람이고) 새로운 걸 창조하는 사람이다. (김 이사의 죽음은) 우리 사회, 대한민국에 큰 손실이다”라고 말했다.

1990년대 카이스트 전산학과 대학원에서 지도교수와 대학원생으로 만난 두 사람은 최근까지도 각별한 사이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은 지난해 5월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를 묻는 출연진의 질문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총책임자(GIO)와 함께 김 이사를 꼽았다.

이 총장은 “회사를 세운 제자들이 여럿 있다. 정주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아주 골치 아픈 제자였다”라며 “공부를 착실하게 안 하고 어느 때는 머리를 노랗게 하고 오고 어떤 때는 빨갛게 하고 왔다. 귀걸이를 달고 오는데 양쪽에 짝짝이로 달고 오더라. 교수가 보기에는 한 번 야단치고 싶은 제자였다”라고 회상했다.

1990년대 1세대 벤처 창업가들을 길러낸 이 총장에게 김 이사는 특히 더 아픈 손가락이었다. 김 이사는 1993년 박사과정에 진학했지만 창업을 병행하느라 학업에 전념하지 못했고 결국 연구실에서 쫓겨났다. 그를 거둬준 사람이 당시 같은 학과 교수였던 이 총장이었다. 김 이사는 이 총장 밑에서 학업을 더 이어갈 수 있었다. 박사과정을 졸업하지는 못했지만 김 이사는 이 총장의 지원으로 넥슨 창업에 성공했다.

김 이사는 지난해 3월 이 총장 취임식에 참석해 직접 관련 일화를 전하며 스승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석·박사 과정에 있으면서 뭐 하나 제대로 못 하던 20대 시절에 교수님(이 총장)이 따뜻하게 챙겨주셨고, (창업의 꿈을) 아낌없이 믿어주고 도와주셨다”라며 “이 총장님의 희망대로 카이스트가 MIT를 넘어서길 바란다. 저도 힘이 되면 돕겠다”라고 말했다.

김정주 NXC 대표는 지난해 3월 8일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취임식에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