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로켓) 누리호가 오는 6월 15~23일 중 2차 시험 발사된다. 발사 예정일은 15일, 예비일은 16~23일이다. 당초 오는 5월 발사를 계획했지만 1차 발사 때 발견된 3단 엔진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당국이 연기를 결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5일 제40회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를 열고 누리호의 기술적 보완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발사 일정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누리호는 항우연과 민간 기업들이 힘을 모아 순수 독자 기술로 개발한 최초의 국산 로켓이다. 지난해 10월 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1차 발사, 목표 고도까지 성공적으로 비행했지만 마지막 임무인 위성모사체(실험용 가짜위성)의 궤도 안착에 실패했다.
로켓에서 분리된 위성모사체가 궤도를 공전할 만큼 충분한 속도를 얻지 못했기 때문인데, 항우연의 조사 결과 3단 엔진의 연소가 예상보다 빨리 끝나면서 충분한 추진력을 얻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누리호를 이루는 1, 2, 3단 엔진 속 연료가 타들어가면서 내는 추진력으로 속도를 얻는데, 마지막 3단 엔진 작동에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3단 엔진의 연소 조기 종료는 헬륨탱크 고정장치의 설계 미흡 때문인 걸로 항우연은 추가 조사를 통해 밝혀냈다. 엔진 속엔 산화제(공기가 희박한 상공에서도 연료가 잘 탈 수 있도록 돕는 물질)를 담는 산화제탱크가 들어있다. 다시 산화제 탱크 내벽엔 헬륨을 담는 헬륨탱크가 붙어 있다. 헬륨탱크는 산화제탱크 내벽과 '클램프(지지구조물)'라는 고정장치로 연결돼 있어 로켓의 비행 도중 산화제탱크가 흔들려도 제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개발진은 산화제탱크를 설계할 때 부력(액체에 뜨는 힘)이란 변수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걸로 파악됐다. 로켓이 하늘 높이 올라가면서 산화제탱크 속 액체 물질인 산화제의 부력이 커졌고, 헬륨탱크 고정장치는 이를 버티지 못하고 풀려버렸다. 헬륨탱크는 산화제탱크 속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충돌했고 산화제는 탱크 외부로 새 나갔다. 연소에 필요한 산화제가 부족해지자 3단 엔진은 예상보다 빠르게 추진을 멈췄다.
항우연은 헬륨탱크 고정장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금 고정장치의 끝과 산화제탱크 내벽을 단순히 이어붙이는 대신, 두 갈고리가 걸리듯 서로 연결되도록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오승협 항우연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이날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지금은 기역(ㄱ)자 내지는 니은(ㄴ)자 모양의 클램프(고정장치)가 단순이 내벽에 붙어있는데 이를 디귿(ㄷ)자 고리 모양으로 만들어, 헬륨탱크가 고정장치에 걸려 자리를 이탈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라며 "또 산화제탱크 덮개도 더 두껍게 함으로써 중량이 10㎏ 정도 더 무거워지는 대신 내구성을 보강했다"라고 설명했다.
항우연은 새로운 설계도 대로 산화제탱크를 새로 만들고 3단 엔진과 조립해 성능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누리호 프로젝트는 현재 미국, 러시아 등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는 로켓 기술의 자립화와 민간 기업에 기술 확산을 통한 산업화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2차 발사 후 기술 고도화 등을 거쳐 국산 인공위성과 달 탐사선 등에 누리호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권현준 과기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누리호의 기술적 보완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누리호의 발사 준비가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