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유튜브에서 생방송 중인 채널이 빨간 동그라미로 뚜렷하게 표시된다. /트위터 캡처

지난 19일(현지시각) 닐 모한 유튜브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자신의 트위터에 특정 채널이 생방송(스트리밍) 중임을 보여주는 새로운 표시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우선 모바일 유튜브용으로 추가된 이 표시는 채널 프로필 사진 주위에 빨간 동그라미로 ‘라이브’라고 뜨는 것이다. 이를 클릭하면 사용자들은 쉽게 생방송 페이지로 넘어가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이는 경쟁 플랫폼인 중국 틱톡에서 선보이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틱톡은 생방송 중인 채널 프로필 주위가 진동하는 듯한 효과를 선보이는 중이다. 모한 CPO는 “유튜브는 사용자들이 현재 실시간 방송 중인 채널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있다”라고 했다.

유튜브가 전 세계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를 대거 빨아들이고 있는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견제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틱톡이 15초~1분 내외의 짧은 동영상과 실시간 영상으로 성별·직업을 불문하고 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자 유사 기능을 내놓으며 맞불을 놓는 것이다.

틱톡은 최근 ‘오징어게임’의 배우 허성태가 방송에서 춘 코카인 댄스처럼 유행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챌린지나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한 영상에 독특한 효과를 준 콘텐츠가 쏟아져 10대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틱톡은 전 세계적으로 월 10억명의 활성 사용자 수를 확보하고 있다. 이는 앞서 보고된 2020년 7월(6억8900만명)에 비해 45%가 성장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부터 유튜브는 ‘쇼츠(Shorts)’라고 불리는 틱톡식(式) 짧은 영상을 선보이기도 했다.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유튜버)가 세로 형식으로 1분 이내 영상을 올리면 쇼츠로 자동 등록되는 방식이다. 이런 쇼츠는 올해 유튜브가 최신 트렌드로 혁신을 이어갈 키워드로 꼽은 짧은 동영상,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메타버스(가상세계) 등 세 가지 중 하나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배우 허성태가 한 방송에 나와 코카인 댄스를 추고 있다. /쿠팡플레이 유튜브 캡처

기즈차이나 등 외신은 유튜브가 쇼츠 키우기에 올해 크게 베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 세계에 본격적으로 선보인 쇼츠가 현재까지 누적 시청건수 5조회를 넘어서며 인기몰이 중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쇼츠에 대한 수요가 큰 만큼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관련 콘텐츠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새로운 영상 효과, 편집 도구, 크리에이터와 시청자 간 커뮤니케이션 수단 등을 추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쇼츠를 통해 직접 제품을 주문하는 식으로 크리에이터가 돈을 벌 수 있는 모델도 빠르게 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튜브가 쇼츠와 함께 육성할 것이 확실시되는 것은 생방송 분야다. 2020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2년간 유튜브에서 생방송을 보는 시간이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수요가 확인되고 있어서다. 생방송을 많이 볼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이번 표시 도입은 이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디어 전문가로 꼽히는 정원모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은 “텍스트로 소통하며 트위터에서 시작된 소셜미디어는 데이터 전송 용량 확대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이미지 중심 플랫폼으로 인기가 넘어갔다가 최근 영상 중심의 유튜브, 넷플릭스까지 온 것이다”라면서 “다만 최근에는 정해진 시간 속에서 봐야 할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역설적으로 틱톡 같은 짧은 동영상 플랫폼이 부상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튜브가 젊은 세대에선 검색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고, 10분 이상의 콘텐츠를 시청하려는 니즈도 줄고 있어 당분간 소셜미디어는 틱톡처럼 짧은 영상 형식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