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자동차용 반도체만 두 자릿수의 높은 성장률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자동차용 반도체는 앞으로 수년간 꾸준히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해 3년 뒤 100조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됐다.
21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21.1% 성장했던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올해는 4.2%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했다. 제품·분야별로는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는 3.3%, 파운드리, 반도체 설계 등 비(非)메모리 반도체는 6.7% 성장할 것으로 옴디아는 관측했다. 다만 2020~2025년 연평균 성장률로는 메모리가 11.5%, 비메모리 6.7%로 나타났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2019년 전년 대비 매출이 11.6% 줄며 역성장했으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비대면 문화가 늘고, 정보기술(IT)기기·가전 수요가 크게 늘면서 2020년 10.5% 성장했다. 이런 추세는 지난해에도 이어져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했다.
다만 올해 반도체 시장 전망은 다소 어두운 편이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고 시장인 중국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또 미·중 갈등의 불씨가 여전하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와 서방진영과의 갈등도 증폭되고 있어 불확실성이 커지는 중이다.
지난해 23.6% 성장을 보인 컴퓨터·데이터 저장용 분야는 올해 0% 성장으로,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4세대 D램(DDR4)에서 5세대 D램(DDR5)으로 전환되는 과도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추세가 반영됐다.
반면 자동차용 반도체는 지난해 24.6%에 이어 올해 17.8% 성장이 예상된다. 또 내년에는 11.3%, 2024년 13.4%, 2025년 12.9%로 5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옴디아는 예측했다. 이에 따른 자동차용 반도체 매출은 지난해 500억달러(약 59조9000억원)에서 2025년 840억달러(약 100조6400억원)로 전망되고 있다.
자동차용 반도체의 성장 전망에 따라 최근 반도체업계의 이 분야 투자도 확대되는 중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는 자동차용 반도체에 최적화한 28㎚(나노미터·10억분의 1m) 생산 라인 증설을 노리는 중이다. 이미 중국 난징 공장의 28㎚ 생산 라인에 3조3000억원을 투자했고, 십수조원을 들이는 일본 구마모토현 신공장도 28㎚ 생산라인으로 채운다. TSMC는 자동차용 반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의 전 세계 생산량의 6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인텔 역시 자동차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 뛰어든다. 이를 위해 최근 54조원에 세계 8위 파운드리인 이스라엘 타워 반도체를 인수했다. 인텔이 유럽에 자동차 반도체 전용 파운드리 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용 반도체 신제품을 연달아 선보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해당 반도체들은 독일 폭스바겐그룹 등에 공급되고 있다. 또 테슬라의 자율주행 칩 생산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