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12인치 웨이퍼 모습. /TSMC 제공

올해 부진할 것으로 전망돼 '반도체 겨울'이라고 불렸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예상보다 빠르게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업계는 반도체 호황을 의미하는 슈퍼사이클이 1년 만에 다시 찾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반도체 시장은 공급자 우위냐, 구매자 우위냐에 따라 가격이 등락이 결정되는 성격이 짙다. 최근 반도체 시장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 반도체 장비 공급망 문제 등으로 공급자 우위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반도체 봄'이 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가격과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DXI 지수'는 지난 11일 기준 3만9551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 대비 3.7% 오른 수치다. 최근 일주일 새 1.7% 뛰었다.

메모리 반도체 현물 가격도 이달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다. PC에 사용하는 D램(DDR4 8Gb)의 경우 평균 현물가격은 전날 기준 3.85달러(약 4620원)다. 지난달과 비교해 3.5% 올랐다. D램 현물가격은 반도체 업황을 예측할 수 있는 선행지표로 활용되는데, 현물가격이 오르면 3~6개월 뒤 고정거래가격도 오르기 때문에 향후 D램 가격이 상승할 여지가 크다.

반도체 정밀 웨이퍼 이송장치를 시연하는 모습. /연합뉴스

업계는 올해 D램 가격이 상반기에는 내렸다가 하반기에 살아나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일부 시장조사업체는 메모리 공급 과잉에 세트(완성품) 업체들의 반도체 재고 효과로 D램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메모리 겨울론(論)을 내놨으나,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빨리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부정적 전망이 힘을 잃고 있다.

증권가는 메모리 수요가 구매자에서 공급자 위주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급 과잉에 시달렸던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본격적인 개선세에 접어들고 있다"라며 "올해 2분기 D램과 낸드 플래시 고정가격 협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본격적인 업황 턴어라운드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현물가격과 고정가격의 관계를 고려할 때 고정가격 추가 하락 가능성은 매우 낮다"라며 "올해 1분기 D램 평균 판매 가격(ASP) 하락률도 전 분기와 비교해 한 자릿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라고 했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직원이 3D 낸드플래시를 검사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낸드플래시 시장은 미국 반도체 업체 웨스턴디지털(WD)과 일본 키옥시아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생산공장이 원재료 오염으로 가동을 중단하면서 공급 부족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웨스턴디지털의 생산 차질은 용량 기준으로 6.5엑사바이트(EB·1엑사바이트는 10억GB)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올해 1분기 전세계 공급량의 8%가 넘는 규모로, 피해 정도가 최대 13%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낸드 공급 차질로 전체 가격은 큰 폭의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웨스턴디지털과 키옥시아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19.3%(2위), 13.2%(4위)를 차지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이번 공급 차질로 올해 2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5~10%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낸드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번 공급 차질의 최대 수혜처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계속되면서 올해 예정된 메모리 반도체 증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물량 공급이 제한으로 메모리 업황은 예상보다 빨리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