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소위 카지노 게임라고 불리는 ‘소셜카지노’와 고스톱·포커 등 ‘웹보드’ 게임에 집중하고 있다. 사행성으로 국내에선 규제 대상이지만, 합법인 해외에선 상당한 이익 창출이 가능하고, 최근 블록체인 기반 대체불가능한토크(NFT) 적용으로 새로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오는 3월 국내 웹보드 규제가 일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관련 법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 또한 커지는 중이다.
◇ 소셜카지노, 해외선 황금알 낳는 거위
소셜카지노는 룰렛, 바카라, 빙고, 블랙잭, 슬롯 등 현실 카지노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소셜미디어(SNS) 등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의미한다. 국내에선 사행성이 짙은 게임으로 보고 있어 소셜카지노 게임의 등급분류를 거부하고 있다. 국내에서 소셜카지노를 즐길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은 게임회사가 무료로 소셜카지노 게임을 제공할 때뿐이다.
다만 해외에서 소셜카지노 게임 시장은 매년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시장조사업체 스타스티스에 따르면 소셜카지노 시장 규모는 올해 68억달러(약 8조원)에서 2026년 83억달러(약 9조95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웹보드 게임은 하나의 판(보드)에서 진행되는 게임을 온라인에서 하는 걸 의미한다. 고스톱, 포커, 장기, 바둑 등이 속하는데, 고스톱과 포커가 대표적이어서 ‘고포류 게임’이라고도 부른다. 게임 머니를 실제 환전할 수 없어 도박과 다르다고 볼 수 있지만, 쉬운 접근성과 중독성, 불법 환전 가능성이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어 정부가 역시 규제 중이다. 게임회사들은 월 50만원 이내에서 게임머니를 유료로 판매할 수 있다.
◇ 국내선 사행성 이유로 ‘금지’
소셜카지노, 웹보드 게임을 사행성이 짙어 ‘도박’으로 인식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이나 유럽 등 소셜카지노 게임이 활성화된 국가에서는 게임 이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책임제 등을 도입하고 있다. 다만 게임머니를 실제 돈으로 살 수 있어도, 이 게임머니를 다시 현금으로 돌리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소셜카지노 게임에서 활용하는 재화(게임머니)는 유로로 샀더라도 재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게임머니는 게임을 즐기기 위한 도구여서 게임에서 돈을 잃거나 따도 재산상 손실이나 이익을 본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소셜카지노 역시 현실처럼 우연성에 기반한 게임이고 보상도 주지만, 온라인상에서 게임머니를 걸고 하는 놀이로만 간주한다. 도박이 성립하지 않다고 보고, 도박 규제로 다스리지 않는다.
또 소셜카지노를 운영하는 회사는 ‘책임게임제’라는 것을 적용해야 한다. 책임게임제는 미국 도박문제위원회가 마련한 ‘소비자보호 가이드라인’을 따른다. 이 제도는 이용자 본인이 게임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다. 게임 시간제한, 충전 및 베팅 한도, 손실 한도 등을 이용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게임 이용패턴 분석에 따라 게임사가 재량껏 이용시간과 한도 등을 설정할 수도 있다.
‘쿨링오프제’라는 것도 운영한다. 이용자가 하루에서 최대 5년까지 게임 이용차단을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것이다. 이 기간 이용 제한을 스스로 풀 수는 없다.
◇ 블록체인 기술로 현금화 가능성↑…또다시 사행성 논란
최근 대체불가능한토큰(NFT)을 기반으로 하는 돈 버는 게임(P2E·Play to Earn)이 소셜카지노와 웹보드 게임의 문을 두드리는 중이다. 소셜카지노·웹보드 게임 속 게임머니를 NFT로 바꿔 가상화폐 거래소 등에서 거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거래소를 통한 NFT는 얼마든지 현금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소셜카지노와 실제 카지노, 웹보드 게임과 실제 고스톱·포커를 가늠 짓는 ‘환금성’이 구분되지 않는다. 게임성만을 가져온 소셜카지노·웹보드 게임이 ‘진짜 도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유로 소셜카지노의 서비스, 환금성 등을 금지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P2E 규제가 적은 해외에서 블록체인 소셜카지노 서비스가 이뤄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 경우 우회 접속을 통해 국내 이용자가 블록체인 소셜카지노에 접근한다면 국내 법상으로는 마땅한 제재를 가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에서 상당한 불법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성행 중이기도 해 블록체인 소셜카지노·웹보드 게임의 사행성은 논란이 불가피하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불법 온라인 카지노 규모는 2019년 54조5000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파친코나 카지노가 대중적으로 자리한 일본, 미국에서조차 이 게임에 대한 사행성 논란이 있다”라며 “블록체인 기술이 아무리 미래 게임산업에 중요한 축으로 자리하고 있더라도, 일반 게임이 아닌 소셜카지노를 인정하겠다는 건 게임산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 소셜카지노 육성하려는 국내 게임사 “돈 된다”
국내 게임업계는 ‘소셜카지노’와 ‘웹보드’의 논란에도 앞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하면 높은 수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해 2조5000억원을 들여 세계 3대 소셜카지노 회사인 ‘스핀엑스’를 인수했다. 지난해 넷마블은 영업이익이 1545억원으로 전년 대비 43.2% 하락하는 부진을 보였지만, 스핀엑스가 연결회사로 편입되면서 상당한 영업이익을 만회한 것으로 여겨진다. 넷마블은 앞서 업체 1위인 플레이티카 인수전에도 참여했지만, 알리바바에 밀려 패배한 경험이 있다.
현재 블록체인 게임을 결합한 다양한 신작을 선보이겠다는 넷마블은 스핀엑스를 활용한 소셜카지노의 블록체인화 역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1위 블록체인 게임 업체로 불리는 위메이드는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를 지난해 12월 인수했다. 선데이토즈는 애니팡 외에도 애니팡 맞고, 애니판 포커 등 여러 웹게임을 개발해 본 경험이 있다. 앞서 지난해 4월 선데이토즈는 소셜카지노 회사 링스게임즈와 소셜카지노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도 해, 위메이드와 이 분야 협력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네오위즈 역시 소셜카지노의 블록체인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8월 강원랜드와 게임 콘텐츠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 온라인 소셜 게임과 오프라인 슬롯머신 리소스를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셜카지노의 블록체인화는 새로운 사업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블록체인이 결합된 소셜카지노를 허용한다면, 온라인 불법 카지노 이용자를 흡수하는 데도 상당한 효과를 보일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