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개발에 성공한 5G 기지국용 MLCC 모습. /삼성전기 제공

삼성전기가 고용량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호황에 힘입어 올해 최고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반도체 부족 현상이 불러온 정보기술(IT) 부품 공급망 위기가 올해 2분기부터 해소되면서 주력 제품인 MLCC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예상하는 삼성전기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5317억원, 4044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7%, 영업이익은 22.0% 늘어난 규모다.

증권사들은 삼성전기가 올해 10조원을 훌쩍 넘는 10조3965억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는 1조697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5%, 14.1%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 /삼성전기 제공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 수요 증가가 매출 10조원 달성의 열쇠로 꼽힌다. MLCC는 스마트폰, 생활가전, 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필수 부품이다. 전자회로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전류 흐름을 조절, 부품 간 전자파 간섭을 막아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MLCC는 스마트폰에 평균 600~1000개, 일반 자동차에 3000개, 전기자동차에 1만5000개 정도가 들어간다. 최근에는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 서버용 데이터 센터, 전기자동차 등 고사양 MLCC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같은 개수의 MLCC를 팔아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고부가화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조사업체들은 올해 MLCC 업황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MLCC 주요 수요처인 스마트폰의 올해 출하량은 전년 대비 7.2% 성장한 14억9200만대가 예상된다. 지난 2020년 13억1200만대와 비교해 2년 만에 13.7%가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기존 스마트폰 대비 30% 더 많은 MLCC가 들어가는 5G 스마트폰 보급률이 올해 처음으로 전체 출하량의 50%를 넘어서면서 MLCC 수익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 자동차용 MLCC 모습. /삼성전기 제공

전기차에 들어가는 전장용 고용량 MLCC 수요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전장용 MLCC 수요가 전년(4490억개) 대비 25% 늘어난 5620억개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는 전장용 MLCC 시장이 아직 본격적으로 개화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전장용 MLCC를 공략 중인 삼성전기의 MLCC 실적이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MLCC 업계 1위 무라타의 일본 후쿠이 공장이 지난달 말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부 생산라인이 중단,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삼성전기의 반사 이익이 기대된다. 트렌드포스는 “무라타의 MLCC 출하량 감소로 서버와 고급형 스마트폰 제품 공급에 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경쟁사들이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라고 했다.

삼성전기 내부에서도 올해 호실적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규택 삼성전기 컴포넌트지원팀장은 지난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1분기 자동차용 MLCC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체 출하량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며 “서버, 네트워크용 MLCC 수요 증가로 평균 판매 가격(ASP)도 꾸준히 상승하면서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다”라고 했다.

☞MLCC(적층세라믹콘덴서·Multi-Layer Ceramic Capacitor)

전자제품에 탑재돼 전기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조절하고, 부품 간 전자파 간섭현상을 막아주는 부품이다. 고성능 반도체에 들어오는 노이즈를 줄여 반도체가 안정적으로 동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마트폰이나 냉장고 등 모든 전자제품의 메인 기판 위에 좁쌀처럼 박혀 있다. MLCC의 크기는 가로 1.0㎜·세로 0.5㎜(1005), 가로 0.6㎜·세로 0.3㎜(0603) 등 다양하다. 스마트폰 등 IT 기기에 탑재되는 제품들은 작은 크기가 중요하다. 전기를 한 번에 얼마나 많이 저장할 수 있는지에 따라 제품 성능이 결정된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1005크기 MLCC에 세계 최초로 27uF(마이크로패럿)의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