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2. /연합뉴스

퀄컴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8 1세대가 국내 출시 갤럭시S22의 두뇌로 낙점받았다. 지금까지 한국판 갤럭시 S시리즈에는 삼성전자 엑시노스가 주로 채택돼 왔는데, 관행이 깨진 것이다. 업계는 삼성 엑시노스에 대한 국내 소비자 인기가 낮고,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차지하는 양품의 비율)이 높지 않은 점이 AP 채택을 갈랐다고 보고 있다.

14일 전자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 S시리즈의 판매 시장별로 AP를 달리 사용해 왔다. 시장 인지도 등을 고려한 정책으로, 미국에서는 미국 회사인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한국에서는 삼성전자의 엑시노스를 채택하는 식이다. 또 중국은 스냅드래곤, 유럽은 엑시노스가 주로 장착돼 왔다.

최신작인 갤럭시S22의 경우 미국과 한국에서는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가, 유럽과 동남아시아에서는 삼성전자 엑시노스 2200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의 관행과는 다른 행보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퀄컴은 "스냅드래곤8 1세대가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2의 한국을 포함한 여러 지역 판매 제품에, 갤럭시탭S8의 글로벌 출시 제품에 탑재된다"고 했다.

엑시노스의 경우 그간 한국 시장에 우선적으로 채용돼 왔기 때문에 이번 적용 지역 변화를 두고 여러 말이 나온다. 업계는 엑시노스가 발열이나 수율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국내 소비자에게 인기가 떨어진다는 점이 채용 불발의 이유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개발하고, 파운드리사업부가 생산하는 모바일 AP 엑시노스 2200. /삼성전자 제공

엑시노스 시리즈는 삼성전자가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에 올라서는 목표에 있어 중요한 설계 자산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경쟁작인 퀄컴 스냅드래곤이나 애플 A시리즈와 비교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또 갤럭시S20 등에 장착됐던 엑시노스 990의 경우 발열 문제가 워낙 심해 스냅드래곤으로 교체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AP의 발열이 심하면 스마트폰 시스템이 열을 줄이기 위해 임의로 성능을 떨어뜨린다. AP 성능을 100%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퀄컴과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각각 최신 AP인 스냅드래곤8 1세대와 엑시노스 2200을 선보였다. 모두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4㎚(나노미터·10억분의 1m) 핀펫(FinFET) 공정으로 생산되는데, 세부 공정에서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두 AP 모두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의 설계구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구성은 다소 다른 편이다. 또 가장 큰 차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로 퀄컴은 자체 개발한 '아드레아노'를 채용하고, 삼성전자는 AMD와 협업해 개발한 '엑스클립스'를 넣고 있다. 인공지능(AI) 연산을 돕는 신경망처리장치(NPU)의 경우 엑시노스에만 장착돼 있다.

AMD 기술이 도입된 엑시노스 2200의 그래픽 성능은 가장 큰 특징은 '광선추적(레이트레이싱)' 기능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이 기술은 영상이나 게임 등에서 물체에 반사되는 빛까지 현실에 가깝게 구현하는 게 특징이다. 점차 커져가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기기 성능의 우위를 점하려는 삼성전자의 무기로 인식돼 왔다. 또 게임 실행에 가장 중요한 배터리 소모량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퀄컴 최신 AP 스냅드래곤8 1세대. /퀄컴 제공

삼성전자 역시 지난달 엑시노스 2200을 출시하면서 모바일 AP에서는 세계 최초로 적용하는 광선추적의 우수성을 홍보했다. 그러나 정작 국내 출시 갤럭시S22에 엑시노스가 채택되지 않아 국내 소비자는 이 기술을 경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모바일 게임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미국 소비자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광선추적 기능을 쓸 수 없을 전망이다.

다만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 엑시노스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여론이 있었다는 점, 광선추적 기능을 지원하는 모바일 게임이 현재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내 출시 갤럭시S22에 스냅드래곤을 장착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로서는 최대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라며 "제품 생산도 스냅드래곤이 조금 더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워치 등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 CPU, GPU, 통신칩 등 모바일 기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모든 기능을 갖고 있다. 줄여서 AP라고 부른다. 시스템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능을 한 칩 위에 집약해 놓은 SoC(시스템온칩·통합칩)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엑시노스 2200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AP 브랜드 엑시노스의 최신판. 엑시노스는 그리스어로 '똑똑하다'와 '푸르다'라는 말을 합친 것이다.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를 담당하는 시스템LSI 사업부가 설계를,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부가 생산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에 주로 장착되며, 중국 스마트폰에도 적용되는 일이 있다. 기술 구분에 따라 5, 7, 9, 10시리즈로 나뉘며, 현행형이자 갤럭시 S21에 장착된 AP는 엑시노스 2100는 10시리즈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브랜드를 활용한 자동차 AP도 설계,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