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 메모리 적층(積層·층층이 쌓기) 경쟁이 200단으로 향하고 있다. 반도체업계는 7세대 낸드플래시 기술인 176단부터 초고층으로 보는데, 세계 최초 200단 양산을 놓고 반도체 업체 간 기술 경쟁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에 세계 최초 176단 양산 기록을 뺏긴 삼성전자가 200단 양산 시점을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낸드플래시 200단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반도체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말 200단 이상의 8세대 낸드플래시를 공개한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이미 더블 스택(Double Stack) 기술을 통해 256단 적층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0단은 낸드플래시 적층의 한계로 꼽히는 초고난도의 기술이라는 상징성이 큰 영역이다.
삼성전자는 176단(7세대) 낸드플래시 양산을 올해 1분기 이내에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176단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었는데, 시장 상황과 제품별 전략 등을 고려해 올해 1분기로 연기한 상태다. 200단 낸드플래시의 경우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양산도 내년 상반기 내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낸드플래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몇 층으로 쌓을 수 있느냐에 따라 기술 수준이 결정된다. 셀의 층수를 단(段)이라 부른다. 96단 낸드플래시는 셀을 96겹으로 쌓아 올렸다는 의미다. 낸드플래시 적층 기술은 가장 아래 셀과 맨 위층에 있는 셀을 하나의 묶음(구멍 1개)으로 만든 싱글 스택과 하나의 묶음을 두 개로 합친 더블 스택으로 나뉜다.
셀을 묶는 구멍이 적을수록 데이터 손실이 적어 더블 스택보다 싱글 스택이 더 앞선 기술로 평가받는다. 다만 셀을 계속해서 쌓는 데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어 업계는 100단을 싱글 스택의 한계로 보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만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100단 이상(128단) 낸드플래시 싱글 스택 기술을 갖고 있다. 업계 2위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은 72단부터 더블 스택을 사용 중이다.
삼성전자는 100단 이상의 싱글 스택 기술을 보유한 만큼 더블 스택을 사용할 경우 200단 이상 적층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은 지난 2020년 '삼성전자 투자자 포럼'에서 "차세대 낸드플래시에 더블 스택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라며 "6세대 낸드플래시는 싱글 스택이 적용돼 128단을 쌓는데, 더블 스택 기술을 적용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 256단 적층이 가능하다"라고 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마이크론에 뺏긴 기술 선도 기업 타이틀을 되찾기 위해 200단 낸드플래시 양산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128단 싱글 스택에 96단을 더한 224단 낸드플래시를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내놓을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224단 낸드플래시는 이전 176단 대비 생산성과 데이터 전송 속도 등을 30% 개선할 수 있다.
마이크론의 추격도 더 빨라질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말 176단 낸드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 만큼 업계는 마이크론이 가장 앞선 초고층 낸드플래시 양산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만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는 최근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사이에 200단 이상의 낸드플래시 제품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라며 "두 회사가 200단 이상의 낸드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하는 첫 기업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업계 2위 SK하이닉스도 200단 이상 초고층 낸드플래시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점은 내년 상반기가 유력하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체들은 늘어나는 고성능 대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초고층 낸드플래시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라며 "200단 이상 초고층 낸드플래시 제품은 업체 간 기술 경쟁의 승패를 결정할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 낸드플래시와 적층경쟁
낸드플래시는 D램과 함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 중 하나다. D램이 전원을 끄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것과 달리 낸드플래시는 전원을 꺼도 데이터를 반영구적으로 저장할 수 있다.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 노트북, 이동식저장장치(USB) 등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기업용 제품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반도체 업체들은 낸드플래시의 메모리 용량을 늘리고 속도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이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적층(積層·층층이 쌓기) 기술이다. 업계는 셀을 수직으로 쌓은 제품을 3차원(3D) 낸드플래시, V(Vertical·수직) 낸드플래시라고 부른다. 현재 양산 중인 낸드플래시에 적용되는 가장 앞선 적층 기술은 128단이다. 이는 반도체 셀을 128층으로 쌓았다는 의미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128단 낸드플래시 기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