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업들의 인력 쟁탈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새로운 연구개발(R&D)에도 나서고 있는 만큼 고급 인력 확보도 관건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내면서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에 올라선 삼성전자는 현재 삼성그룹 채용 홈페이지에서 오는 17일까지 2022년도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경력직원을 뽑는다. 모집 분야는 반도체 프로세스 아키텍처, 반도체 공정개발, 재료개발, 패키지 개발, 설비 기술 등으로 경기 화성·기흥·평택 등 삼성전자 DS부문의 핵심 사업장에서 일하게 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DS부문의 직원 숫자는 6만4215명이다. 회사 역사상 최대 인원이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에서는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력인 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하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직원 수는 2만명 안팎으로, 업계 1위 TSMC(6만명)의 3분의 1수준이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안으로 신입사원 채용도 시작한다. 올해 70조원의 설비 투자를 예고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 약 4만명의 추가 고용 계획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이달 안으로 대졸 신입과 경력직 채용을 동시에 진행한다. 당장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미국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 출범 등으로 필요한 인력 숫자가 크게 늘었다. 이번 M16 팹(공장)의 가동에도 사람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듯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021년도 실적 발표에서 "미래 신성장동력 준비를 위해 채용 규모를 예년보다 확대할 것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회사가 실적 발표 자리를 빌어 인력 채용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매년 1000명 이상을 채용하고 있어 올해 또한 비슷한 규모의 인력을 충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신입 채용을 삼성전자(3월)보다 먼저 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있다.
두 회사는 인재 확보 전략을 '성과에 따른 보상'으로 잡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나란히 기록한 데 따라 삼성전자는 메모리사업부의 경우 기본급의 300%를 줬다. 앞서 지난해 말 지급된 기본급의 200% 특별격려금을 합하면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은 연말연초 기본급의 500%를 성과급으로 받은 셈이다. 또 삼성전자는 메모리사업부, 파운드리사업부, 시스템사업부의 초과이익성과급(OPI)도 최고 수준인 연봉의 50%를 지급했다. 연봉 4800만원인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의 경우 OPI만 2840만원을 받은 것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분 성과급(초과이익 분배금)으로 기본급의 1000%(연봉의 50%)를 책정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에도 연간 사상 최고 매출과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등을 기념해 기본급의 300%를 특별성과급으로 줬다.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는 올해 역대 최고 수준인 440억달러(약 52조8000억원)를 투자한 데 따라 올해 채용 규모가 8000명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TSMC는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파운드리 호황으로 매년 1만명에 가까운 사람을 뽑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400억달러를 투자해 2개의 공장을 짓는 인텔 역시 최근 인재 채용에 나서고 있다. 업계는 올해 반도체 공급망을 위해 필요한 인력이 최소 3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시설 투자는 반드시 대규모 채용을 수반한다"라며 "업계 간 증설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이를 위한 인력 수급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라고 했다.
반도체 업계의 인력 경쟁은 그만큼 시장 전망이 밝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전년 대비 11% 성장,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이 유력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현재 가격 하락세에 있으나, 올해 2분기 반등이 전망되고,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반도체 역시 지난 2년간 겪은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전자의 국내 반도체 시설의 완공과 착공이 연달아 있고, 미국 테일러시 파운드리 2공장이 착공을 앞두고 있다. 생산에는 현지 채용을 한다고 해도, 설비 설계와 운용 등 핵심적인 내용은 국내 숙련 인력이 맡게 될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는 지난해 기업과 1500억원을 투자, 앞으로 10년간 시스템반도체 분야 석·박사 인력을 3000명 육성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도의 첨단기술이 집약된 반도체 분야는 인재가 곧 경쟁력일 수밖에 없다"라며 "기업은 물론 정부 지원이 뒷받침 돼야 미래 산업 주도권을 제대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