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학교는' 넷플릭스 드라마(왼쪽)와 네이버 웹툰(오른쪽) 포스터. /그래픽=이은현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의 해외 버전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지난 1월 28일 개봉한 한국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지우학)이 ‘오징어게임’ ‘지옥’의 넷플릭스 1위 타이틀을 이어받았다. 5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우학은 지난 3일(현지시각) 기준 6일 연속 ‘TV쇼’ 부문 전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한국을 포함한 59개국에서 1위, 88개국에서 3위권을 차지했다. 넷플릭스가 주간 시청시간 기준으로 자체 집계하는 ‘톱10(TOP)’에서도 지난주(지난달 24~30일) 말에 개봉했음에도 ‘비(非)영어 TV’ 부문 전 세계 1위, 91개국 10위권에 올랐다.

지난 3일(현지시각)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의 TV쇼 부문 작품 순위. '지금 우리 학교는(All of us are dead)'이 1위를 차지했다. /웹사이트 캡처

역대 넷플릭스 1위에 오른 한국 드라마 3편 중 오징어게임을 제외한 2편이 네이버 웹툰 원작 드라마다. 지우학은 한국의 평범한 학교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학생들이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로, 10년도 더 된 2009~2011년에 네이버에서 연재됐던 작품이다. 지우학이 넷플릭스 드라마로 재탄생하면서 다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 입장에선 과거 인기작을 드라마로 재활용해 지식재산권(IP) 판매 수익을 얻는 동시에 드라마의 성공으로 원작인 웹툰의 인기와 매출도 다시 오르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웹툰이 드라마화되면 판권 판매로 끝나지 않고, 원작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져 웹툰 유료 결제액도 늘어난다”라며 “특히 지옥처럼 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 해외 이용자를 신규 유입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의 포스터(왼쪽)와 네이버 웹툰 원작의 한 장면(오른쪽). /넷플릭스(왼쪽)·네이버(오른쪽) 제공

지우학 웹툰의 실적 변화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지옥의 경우 넷플릭스 공개 직후 웹툰의 주간 평균 조회수는 직전 대비 22배, 결제자 수는 14배 증가했다고 네이버는 설명했다. 또 다른 네이버 웹툰 ‘유미의 세포들’은 지난해 티빙 드라마로 나온 직후 원작의 하루 조회수가 30배, 공식 굿즈(상품) 판매량이 3배 증가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웹툰의 글로벌 거래액(이용자가 작품 열람을 위해 결제한 금액)이 전년(2020년)보다 60% 늘어 1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올해도 비슷한 성장률을 기대하는 네이버에 웹툰과 드라마 간 시너지는 실적 성장을 위한 전략의 하나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7일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IP의 영상화를 통해서 영상으로 처음 스토리를 접한 이용자들이 원작인 웹툰이나 웹소설을 찾아보는 다양한 시너지가 나고 있다”라며 “이런 체계 안에서 지속적으로 이용자를 확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올해 OTT, 지상파, 유료방송를 통한 웹툰 원작 드라마·영화 공급을 확대한다. 지난해 9편보다 많은 14편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지옥 1편만 선보였던 넷플릭스에선 올해 지우학을 포함해 5편을 준비했다. 올해 예정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25편 중 20% 비중이다.

오는 11일 방영되는 한국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모럴센스’, 배우 고현정이 주연을 맡아 외모지상주의를 꼬집는 ‘마스크걸’, 사채업을 소재로 박성웅·허준호가 연기하는 ‘사냥개들’, 미스터리한 마술사의 이야기 ‘안나라수마나라’가 준비 중이다.

왼쪽부터 올해 드라마로 나올 네이버 웹툰 '안나라수마나라' '유미의 세포들' '방과 후 전쟁활동'. /네이버 제공

네이버는 지분 맞교환을 통해 협력 중인 CJ ENM의 자회사 티빙에도 올해 콘텐츠 공급을 본격화한다. 웹툰 연재와 동시에 영상화가 확정될 만큼 흥행 기대를 모은 메디컬(의료) 코미디 ‘내과 박원장’이 지난달 공개된 데 이어, 누적 34억 조회수 웹툰 원작으로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의 시즌2, 수능을 앞둔 학생들이 가산점을 얻기 위해 징병돼 미확인 물체와 싸우는 SF 스릴러 ‘방과 후 전쟁활동’ 등 3편의 네이버 웹툰이 연내 드라마로 나온다. MBC, OCN, tvN 등 방송 채널에서도 김희선 주연의 ‘내일’ 등 6편이 준비 중이다.

티빙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 시즌1 포스터(왼쪽)와 카카오 웹툰 원작 '술꾼 도시 처녀들'(오른쪽). /티빙(왼쪽)·카카오(오른쪽) 제공

경쟁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현재 웹툰·웹소설 50여편의 영상화를 준비 중이고, 현재까지 이 중 5편을 연내 방영 예정작으로 공개했다. 카카오의 일본 웹툰 플랫폼 픽코마에서 1년간 1위를 차지한 사내연애 로맨스물 ‘사내맞선’은 오는 21일 SBS 방영을 앞두고 있다. 2000년대 다음(DAUM) 웹툰 시절부터 활동한 1세대 웹툰 작가 강풀의 ‘무빙’은 류승룡·한효주·조인성·류승범·김성균 주연의 디즈니플러스 드라마로 나온다. 역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중 유료 가입 기여도가 가장 높았던 ‘술꾼도시여자들’의 시즌2 등도 준비 중이다.

오는 16일 왓챠에서 첫 드라마 ‘시맨틱에러’를 방영하는 리디, 콘텐츠 플랫폼 원스토리를 키우려는 원스토어 등 후발주자들도 각각 CJ ENM, 웨이브와 손잡고 IP의 영상화를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