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반도체 제조 공정. /SK하이닉스 제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가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 거둔 매출액이 한국 전체 반도체 수출액의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반도체 수출 전망이 좋아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3% 증가, 처음으로 1300억달러(약 156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DS부문)과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94조1600억원, 42조9978억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가 반도체로 벌어들인 전체 매출은 137조1578억원이다. 같은 기간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1280억달러다. 지난해 평균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1144.60원)을 적용하면 한국의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146조5088억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매출은 95%가 해외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두 회사의 반도체 매출은 한국 반도체 수출액 90%가 넘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실제 지난해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29% 늘었는데,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매출도 30.9% 성장했다. 두 회사의 반도체 매출이 성장한 만큼 한국 반도체 수출이 늘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작업자가 웨이퍼 원판 위 회로를 만드는 데 쓰이는 기판인 포토마스크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도 반도체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은 지난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PC와 서버(중앙 컴퓨터)용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급이 동시에 늘어나면서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망 차질 등 불확실한 시장 환경 속에서도 비대면 정보기술(IT) 수요가 회복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최고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IT 수요가 회복되면서 탄탄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부품 수급 이슈 등 불확실성이 있지만 기업들의 IT 투자 확대,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도입 등으로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라고 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D램 수요 성장률은 10% 후반으로 예상한다"라며 "낸드플래시 시장 수요 성장률은 30%로, SK하이닉스는 시장 증가율을 웃도는 출하량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했다.

삼성전자 차세대 D램 DDR5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증권업계가 바라보는 올해 반도체 시장 전망도 비슷하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 D램 가격이 반등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체의 실적은 더 호전될 것이다"라고 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북미 4대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라며 "PC와 모바일 수요가 점차 회복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했다.

올해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에 이어 역대 최고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2022년 반도체산업 수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전년 대비 각각 0.8%, 2.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상반기까지 세트(완성품) 업체들의 반도체 재고 효과로 수요가 둔화하겠지만, 하반기부터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완화 등으로 전체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게 이 연구원의 평가다.

이 연구원은 올해 한국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 대비 3%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모든 산업의 스마트화, 기업들의 신산업 투자 등에 힘입어 처음으로 1300억달러(약 156조원)를 넘어설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메모리 가격 하락에도 수출량이 늘어나면서 올해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3% 증가한 1313억달러(약 157조원)가 예상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