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티 앱. /우티 제공

낯선 사람과 같은 택시를 타고 요금을 나눠서 낼 수 있는 합승 서비스가 법적으로 허용됐다. 1982년 승객의 안전 문제, 택시기사의 무분별한 호객행위로 택시 합승을 금지한 지 40년 만이다. 그 사이에 발전한 정보기술(IT)을 통해 이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조만간 세부 시행규칙까지 만들어지면, 택시 호출 서비스를 운영하는 모빌리티 플랫폼들은 합승 중개라는 새로운 서비스의 수요 선점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택시 합승은 승객의 요금 부담을 낮추고 피크타임의 택시 공급난을 해소하며 택시기사는 똑같은 거리 운행으로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1일 IT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택시 운송 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을 지난달 28일 개정했다. 택시 합승 금지 규정에 예외조항을 추가하는 택시발전법 개정안이 지난해 6월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국토부가 이를 본격 시행한 것이다.

택시발전법은 원칙적으로 여전히 택시기사가 승객의 합승을 유도하거나 승객 스스로 합승을 선택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하지만 ‘일정 기준’을 갖춘 플랫폼, 구체적으로 ▲승객이 실명으로 회원가입해 신원확인이 가능하고 ▲승객이 탑승 전부터 앞좌석과 뒷좌석을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고 ▲승객 간 정확한 요금 분담이 가능한 전자결제 시스템을 갖춘 플랫폼에 한해 합승 서비스를 ‘중개’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코나투스 '반반택시' 앱 캡처. '반반' 호출 기능을 통해 합승 중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을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를 포함해 주요 택시 호출 플랫폼 사업자들은 대부분 아직 합승 중개 서비스 출시를 검토 중이거나 계획하지 않고 있다. 반면 우버와 티맵모빌리티의 합작 플랫폼 우티(UT)는 유일하게 올해 상반기 내 합승 중개 서비스 출시 계획을 밝혔다. 우티 관계자는 “당국이 정한 기준을 충족하고 사업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사업모델을 기획 중이다”라며 “상반기 내 합승 중개 서비스 ‘우티풀’을 출시하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우티는 지난해 하반기 앱 개편 후 주간 이용자 수를 20만명(모바일인덱스 분석, 지난달 20~26일 기준)까지 빠르게 늘렸지만, 카카오T 앱(509만명)에 비하면 여전히 크게 밀리고 있다. 가맹택시 수를 연내 2만대로 늘려 카카오모빌리티(지난해 3분기 기준 3만대)와의 택시 공급량 격차 줄이기에 나선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우티는 우버의 노하우와 티맵의 기술력이 시너지를 내는 우티풀을 통해 카카오로 몰린 택시 수요를 가져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우버는 이미 합승 서비스 ‘우버풀’을 미국을 포함한 해외에서 운영하고 있다. 티맵은 국내 최대 규모 이용자를 갖춘 내비게이션 기술을 통해 차량 이동경로를 고려해 승객 간 매칭과 요금 산정을 최적화할 예정이다.

톰 화이트 최고책임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우티풀 출시 계획을 공개하며 “내년 초 법 개정에 맞춰 정부의 규제 테두리 안에서 최적화된 택시 합승 서비스를 (출시) 준비 중이다. 최고의 풀링(합승) 알고리즘을 국내 최초로 택시에 도입해 승객은 비용과 (택시 매칭)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택시 합승은) 한국 택시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티풀이 구체적인 사업모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 2년간 규제 샌드박스(신기술에 대한 규제를 일부 사업자에게 일시적으로 풀어 사업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제도)를 통해 먼저 택시 합승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던 스타트업 코나투스의 ‘반반택시’와 비슷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나투스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우티에 비하면 택시 호출 사업의 규모는 작지만 법 개정 직후인 현재 최초이자 유일한 택시 합승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만큼, 당장 발생할 합승 중개 수요를 독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코나투스에 따르면 반반택시 앱은 전국 11만 택시기사가 설치했고 누적 가입자는 지난해 7월 기준 약 50만명이었다. 법 개정에 맞춰 서비스 지역을 현재 서울 외 전국으로 확대하고 차량 수도 늘리는 등의 사업 규모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

코나투스의 반반택시는 이미 규제 샌드박스를 거친 만큼, 합승 중개에 필요한 법적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반반택시 앱 안에 ‘반반호출’이란 기능을 통해 합승 중개를 받을 수 있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본인 실명인증과 신용카드 인증이 필요하다. 승객 간 매칭은 택시기사가 임의로 하는 게 아니라, 인공지능(AI)이 이동구간이 70% 이상 중복되고 성별이 같은 이용자들을 골라 서로 매칭해준다. 타인과의 접촉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이 있는 만큼, 이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확진되면 승객과 기사 모두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는 보험도 가입했다.

승객들은 이동구간이 겹치는 정도에 따라, 혼자 탈 때보다 최대 50%의 요금을 아낄 수 있고, 택시기사는 서비스 호출료를 통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코나투스 자체 분석에 따르면 2019년 8월부터 2020년 8월까지 1년 동안, 반반호출을 이용한 승객은 혼자 탑승한 승객보다 평균 2만1500원의 요금을 아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규제 완화의 대상은 아니지만, 현대자동차와 가맹택시 ‘마카롱택시’의 운영사 KST모빌리티가 서울 은평, 파주 등 일부 지역에서 지난 2년간 시범 운영한 ‘셔클’도 규제 샌드박스 연장을 통해 서비스 확대를 추진 중이다. 반반택시와 달리 12인승 승합차로 2명 이상의 다수 승객을 합승할 수 있는 서비스다. 셔틀버스와 비슷하게, 승객을 태우고 달리다가 반경 2㎞ 내 호출을 받으면 이동경로를 수정해 새로운 승객을 태우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