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더 부드러운 화면을 구현하기 위한 주사율(走査率)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주사율은 1초 동안 화면에 나타나는 정지 화면 수를 말한다. 숫자가 높을수록 화면의 움직임이 더 부드럽고 자연스러워진다.
2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이달 초 500㎐ 주사율이 적용된 모니터용 27인치 풀HD(1920×1080)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출시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가장 높은 주사율이 360㎐ 수준인 걸 고려할 때 1.5배 높은 수준이다.
BOE는 프리미엄 LCD 패널 기술인 ADS 프로를 적용해 500㎐ 고주사율을 구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ADS 프로는 어느 위치에서 시청해도 밝기와 색 재현율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광시야각 기술을 말한다. 액정 내 전극을 수평으로 배치하는 삼성·LG디스플레이의 IPS 기술과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이런 이유로 업계는 ADS 프로와 IPS를 사실상 같은 기술로 보고 있다.
고주사율 제품은 그동안 게이밍 모니터에 주로 사용됐다. 화면 전환이 빠른 게임이 아니면 가격이 비싼 고주사율 제품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많았다. 실제 일반 TV와 모니터의 주사율은 60㎐ 이하다. 중저가 스마트폰도 비슷하다. 반면 플래그십(고사양) 스마트폰은 120~144㎐의 고주사율을 탑재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21과 애플 아이폰13이 120㎐ 주사율이다. 고주사율은 인터넷 검색이나 소셜미디어, 영상 시청 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주사율이 높을수록 화면을 더 많이 스캔해 콘텐츠가 더 부드럽게 흘러가고, 손과 화면이 착 달라붙은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게이밍 모니터에는 200㎐ 이상의 초고주사율 제품이 적용되는 추세다. 삼성전자가 이달 초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공개한 게이밍 모니터 오디세이 네오 G8은 4K(3840×2160) 모니터 최초로 240㎐ 고주사율을 구현했다. 업계는 앞으로 240㎐ 고주사율 제품이 게이밍 모니터 시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BOE가 고주사율 개발에 가장 적극적이다. 특히 LCD 패널의 주사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는 LCD 기술 개발을 중단한 삼성·LG디스플레이와 반대되는 모습이다. BOE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과 함께 고주사율 LCD 패널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BOE는 LCD 패널이 여전히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을 이끌어 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초 열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BOE는 "LCD가 OLED로 완전히 대체된다는 확정적 경향은 없다"라며 "두 기술은 서로 다른 제품에 사용되는 만큼 고사양 LCD 패널은 고객사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LCD는 꾸준한 기술 발전으로 제품 성능은 올라가는 반면 가격은 내려가고 있다"라며 "고사양 LCD 패널은 앞으로도 소비자 가전의 중요한 수요를 담당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BOE는 고주사율을 구현하기 위해 LCD 패널과 함께 콘트롤러, 인터페이스 등을 새롭게 개발했다. 중국 경제일보는 최근 "LCD 부분에서는 BOE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라며 "500㎐ 초고주사율 제품이 200㎐ 이상 고주사율 LCD 보급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라고 했다. BOE는 게이밍 모니터를 넘어 TV용 LCD 패널에도 고주사율을 적극적으로 탑재하고 있다. 이를 위해 BOE는 75인치 8K(7680X4320) 해상도 288㎐ LCD 패널도 함께 출시했다. 경제일보는 "게이밍 모니터와 스마트폰을 넘어 TV용 패널에도 고주사율 제품이 적용될 것이다"라고 했다. 국내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고주사율 LCD 패널 개발을 진행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모니터용 240㎐ LCD 패널을 양산하고 있는데,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라도 300㎐ 이상의 초고주사율 패널을 양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주사율
주사율은 1초에 화면에 얼마나 많은 정지 화면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1초에 화면을 60단계로 쪼개서 보여주면 60㎐, 120단계면 120㎐로 부른다. 정지 화면 수가 많으면 화면을 전환할 때 끊기지 않고 더 부드럽게 표현할 수 있다. 일반 모니터와 TV는 60㎐를 넘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120㎐ 이상의 고주사율은 1초에 60개 이상의 정지 화면을 만들어 게임을 할 때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주사율이 높으면 화면을 스크롤할 때 더 부드럽게 움직이고, 화면이 움직이면서 보이지 않던 장면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경험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