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어른로맨스 공모전'(왼쪽)과 네이버웹툰의 '매운맛 로맨스 공모전'(오른쪽). /웹사이트 캡처

네이버와 카카오가 ‘17금(禁) 로맨스’라는 새로운 장르의 웹툰 공모전을 앞다퉈 개최한다. 그냥 로맨스도 아니고 17금 로맨스란 특이한 장르의 공모전을 양사가 거의 동시에 처음 선보이는 건데, 콘텐츠업계에선 이례적인 일이라면서도 우연이 아닐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새로운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한쪽이 다른 한쪽의 공모전을 모방해 맞불을 놓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19일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20일 ‘어른로맨스 공모전’을 카카오웹툰 사이트에 공고했다. 약 한 달 후인 지난 14일 네이버웹툰도 ‘매운맛 로맨스 공모전’을 공고했다. ‘매운맛’은 ‘선정적’이란 뜻의 은어로 최근 온라인상에서 쓰이기 때문에 ‘매운맛 로맨스’와 ‘어른로맨스’는 사실상 의미가 같다. 두 공모전의 콘셉트도 ‘아슬아슬하면서도 심장이 멎을 것 같은 17금 로맨스’ ‘치명적인 캐릭터, 아슬아슬한 분위기, 섹시텐션 터지는 매운맛 로맨스’로 서로 비슷하다.

카카오엔터는 자사 공모전의 공고 날짜가 한 달 더 빠르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로맨스 장르의 수요는 늘어나는데 플랫폼 정책상 19금 성인물은 금지하고 있어 이 장르의 외연 확장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라며 “적절한 수위를 내부적으로 고민한 결과가 17금 로맨스다”라고 말했다. 반면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우리는 상시적으로 장르 공모전을 열고 있다. 한때 판타지 장르가 유행한 것처럼 최근엔 여성향인 17금 로맨스 장르가 유행하면서 부족해진 작품 공급을 늘리기 위해 시의적절하게 이번 공모전을 마련한 것이다”라며 “여러 경쟁사가 같은 상황인데, 공모전을 누가 먼저 하고 나중에 하는지를 두고 큰 의미를 부여할 순 없다”라고 했다.

양사는 흥행 가능성이 큰 응모작을 가져오기 위해 경쟁할 수밖에 없다. 카카오엔터는 작품당 1000만원의 상금과 정식 연재 조건을 내걸었다. 다음 달 7일부터 13일까지 작품 응모를 받아 2월 말 당선작 7편을 발표한다. 네이버웹툰 공모전은 오는 31일부터 3월 4일까지 1~4차 공모로 나눠 진행하는데, 1차 공모는 다음 달 6일까지 작품을 받아 다음 달 11일 당선작을 발표한다. 카카오엔터의 응모 마감 전에 네이버웹툰은 당선작 발표까지 끝냄으로써 먼저 응모작을 받고 그중 좋은 작품을 고를 기회를 갖게 됐다. 카카오엔터와 달리 별도의 상금은 없지만 당선작 수의 제한을 두지 않아 작가들에게 더 많은 정식 연재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번 공모전 경쟁은 양사가 신규 IP 수급을 두고 벌이는 치열한 신경전으로 풀이된다. 양사에 신규 IP 수급은 점점 절실해지고 있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성장에 따라 웹툰 원작의 2차 창작물 시장도 성장하고 있고, 왓패드(네이버웹툰)와 타파스·래디쉬·우시아월드(카카오엔터) 등 각자 지난해 인수한 해외 자회사에 본격적으로 한류 콘텐츠를 공급해야 할 시점이 왔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여러 IP 수급 방식 중 공모전은 당장 필요한 장르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수급받을 수 있고 공모전 당선 자체로 대외적인 작품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중에 출판된 인기작을 출판사와 계약하는 방식과 비교해, 플랫폼이 직접 옥석을 가려내 작가와 직계약하기 때문에 비용도 더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인기작을 출판사와 계약할 때 필요한 선인세는 통상 수천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