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공화국’인 한국에선 최근 소셜미디어(SNS)와 스마트스토어 발달로 인해 1인 셀러까지 가세해 다양한 개인이 자신만의 사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적인 흐름으로, 1인 셀러를 대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캐나다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쇼피파이가 아마존의 대항마로 떠오르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수 빅테크나 대기업의 영역이었던 빅데이터 분야에 미용실이나 노점상, 요식업 등 자영업자와 소규모 비즈니스도 뛰어들고 있다. 개인의 숙련도와 ‘감’에 의존했던 분야에서도 빅데이터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자영업자 등 소규모 사업체가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장을 담았다. [편집자주]

이코노미조선.

사례 1.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8월 30대 여성 의류 온라인 쇼핑몰 ‘그레이무드’를 시작한 장명근씨는 빅데이터 컨설팅을 받은 덕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다. 카페24로부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광고 효과가 가장 좋을 것으로 보이는 플랫폼과 상품군을 추천받아 마케팅한 결과, 2020년 12월 1300만원이었던 월 매출이 최근 2억원으로 늘었다. 장씨는 “빅데이터 덕에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상품 콘셉트에 딱 맞는 고객을 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조선.

사례 2.

태국 방콕에 거주하는 파파폰 몬트리차로엔은 코로나19가 극심한 가운데 8명의 가족 구성원 생계를 위해 어머니와 함께 코코넛 주스를 판매하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는 IT 지식이 전무했으나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데이터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배달 앱 ‘로빈후드’를 통해 비대면으로 주스를 판매할 수 있었다. 로빈후드를 통해 태국 내 수천 명의 자영업자가 고객 데이터를 관리하면서 생계를 이어 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핵심 기술인 ‘빅데이터’가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는 사례들이다. 소규모 온라인 쇼핑몰, 미용실이나 노점상, 요식업 등 우리 주변의 소규모 비즈니스에도 빅데이터를 이용한 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빅데이터는 구글, 아마존, 메타(페이스북) 등 소수 빅테크나 대기업들의 영역이었다. 골목상권을 이끄는 소규모 사업자들이 빅데이터의 효용성을 체감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소형 매장을 통해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기도 힘들고, 많은 시간과 자금이 소요되는 인프라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어렵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개인의 숙련도와 감(感)에 의존하던 분야도 상황이 바뀌고 있다. 소규모 사업자들도 빅데이터로 혁신에 시동을 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덕분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활성화로 데이터 급증,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AI) 활용 기술 대중화 가속, 거리 두기로 커진 소규모 사업자의 절박감이 어우러진 결과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전 세계 데이터양은 64ZB(제타바이트·1ZB는 1조1000억GB)로 2015년 대비 314% 증가한 수준이다. ‘포브스’는 데이터의 90%가 지난 2년간 생성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필 사이먼 전 애리조나 주립대 교수는 “과거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면 값비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고 데이터 전문가를 고용한 뒤 분석에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지만 클라우드 컴퓨팅, 오픈소스 소프트웨어(OSS),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의 발전이 상황을 바꿨다”고 말했다. IBM, SAS,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거대 IT 기업부터 트랜즈로직, 캐글 등 신생 기업까지 쌓아온 데이터를 공개하거나, 빅데이터 분석 도구를 무료로 제공하면서다.

캐나다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쇼피파이(Shopify)는 월 30~2000달러를 내는 1인 셀러 등 자영업자 등에게 자산수익률(RO AS), 소비자 행동 같은 데이터와 함께 온라인쇼핑몰 운영, 재고 관리, 결제 등 여러 서비스를 제공한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2020년 미국 전자상거래 매출에서 쇼피파이의 점유율은 8.6%로 아마존(39%)에는 뒤지지만 월마트와 이베이를 추월했다. 덕분에 시가 총액이 팬데믹이 본격화하기 전인 2020년 초 460억달러(약 55조원)에서 올해 1월 5일 1494억달러(약 180조원)로 급증해 캐나다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기업이 됐다.

국내 대형 ICT 기업과 금융사들도 골목상권의 소규모 사업자가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 입점 사업자는 2021년 9월 말 기준 47만 개로, 팬데믹 전인 2019년 말(29만 개) 대비 62% 증가했다. 스마트스토어에서 매출 발생 판매자 중 51.2%는 창업한 지 1년이 안 된 소규모 사업자다. 특히 스마트스토어 내 데이터 분석을 돕는 1 대 1 맞춤 진단 컨설팅 프로그램에 참여한 중소상공인의 경우 이듬해 매출이 평균 278%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스마트스토어 입점 사업자는 오픈마켓에 입점할 때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네이버 측 설명이다.

KT는 ‘잘나가게’를 통해 자영업자들에게 유동 인구 및 배달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어디서 배달을 가장 많이 시키는지 보여주고, 어느 시간대에 배달을 많이 시키는지, 배달을 많이 하는 연령과 성별은 어떠한지를 분석해 장사 전략을 짤 수 있게 돕는다. BC카드는 2019년부터 소상공인에게 약 300종의 데이터를 융합·분석해 구매자의 연령·성별·소비, 지역별 매출 추이 등 기본 분석 데이터와 시간대별 소비 패턴 등 응용 분석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 상권별 자영업자 매출 데이터로 만들어진 창업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대박날지도’ 서비스는 자영업 준비생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한국신용데이터(KCD)는 전국 90만 자영업자의 사업 데이터를 관리하면서 현금흐름, 매출 데이터, 단골 현황, 세금 등을 한눈에 알기 쉽게 분석해주는 ‘캐시노트’를 운영하고 있다.

동대문의 패션 상가나 미용 업계처럼 전통적으로 수기(手記) 방식으로 데이터를 관리하던 소규모 사업자가 즐비한 영역에서 이들의 디지털 전환에 기여하는 서비스를 사업 모델로 고성장하는 혁신 스타트업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1인 셀러 및 소규모 브랜드의 의류 제작을 돕는 의류 생산 플랫폼 ̒FAAI(파이)̓를 운영하는 컨트롤클로더, 동대문 패션 도소매 거래 플랫폼 신상마켓과 도⋅소매업자와 고객을 한 번에 연결하는 풀필먼트 서비스 딜리버드를 운영하는 딜리셔스는 발품을 팔아야 하는 동대문의 생태계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시킨 주역이라는 평을 듣는다. 딜리셔스는 1월 5일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54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일본에도 진출해 현지 패션 소매업자들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용 업계에선 퓨처뷰티가 고객들의 얼굴형·두상·이목구비에 맞는 헤어스타일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 AI 알고리즘이 고객의 얼굴을 분석한 뒤 최적의 헤어스타일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서울시도 상권 분석 빅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소규모 사업자들을 위한 빅데이터 제공에 나섰다.

‘이코노미조선’은 ‘빅데이터 만난 자영업’ 커버 스토리를 통해 팬데믹 이후 벼랑 끝에 몰린 소규모 사업자들의 생존법을 들여다보려고 했다. 마이클 헨라인 ESCP 유럽 경영대학원 마케팅 교수는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한다는 건 기업들의 착각”이라며 “자영업자들도 파이선이나 R 같은 무료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리뷰 사이트에서 자신과 경쟁자의 리뷰를 분석하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은 “실패 확률을 줄이고,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모두가 빅데이터를 읽어야 하는 시대”라며 “소규모 사업자들도 매출이나 동선, 결제 내역 같은 기본적인 데이터를 읽되, 빅데이터 속 사회 흐름과 트렌드까지 읽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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