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안드로이드 기기간 연결을 매끄럽고 빠르게 하는 차세대 기능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구글 블로그

5일(현지 시각)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전시회 ‘CES 2022′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불참한 구글이 대신 블로그를 통해 새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로드맵을 공개했다. 애플의 OS인 iOS를 쏙 빼닮은 기능들이 대거 담긴 것이 특징이었다. 스마트폰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OS 간 사용자 뺏기 전쟁이 치열한 영향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날 에릭 케이 구글 멀티디바이스 경험 담당 부사장은 블로그에 안드로이드 OS에 대한 2022년 계획을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블루투스 기기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즉시 페어링(연결)할 수 있는 ‘패스트 페어(Fast Pair)’ 기능을 이어폰, 웨어러블, 스피커, TV, 스마트폰 기기까지 확대한다는 것이었다. 애플이 자사 이어폰을 애플TV나 PC인 ‘맥’과 빠르게 연동시키는 것처럼 이어폰을 안드로이드TV, 크롬북과 빠르게 페어링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케이 부사장은 “새 장치를 구입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지만, 설정할 때 골치 아팠던 게 사실이다”라면서 “구글은 페어링 지원을 통해 이 절차를 조금 덜 힘들게 만들고 있으며, 몇 주 후부터는 ‘패스트 페어’를 지원하는 헤드폰을 켜면 크롬북이 자동으로 이를 감지, 페어링 시켜 언제 어디서나 공부하고 일할 때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올해 말 새 크롬북을 구입하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의 빠른 연결을 통해 (스마트폰에) 이미 저장한 모든 정보에 즉시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크롬북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페어링돼 사용자들은 기기와 관계 없이 동일한 경험을 빠르게 즐길 수 있게 된다. /구글 블로그

이외에도 구글은 크롬북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문자, 사진·동영상 등의 파일을 자동으로 동기화해 어느 기기에서든 동일한 사용 경험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애플이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을 구글도 하겠다는 것이다. 또 기존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크롬북의 잠금을 해제할 수 있었던 데서 나아가 웹OS 스마트워치를 통해 크롬북의 잠금을 해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애플 워치로 맥의 잠금을 해제하는 기능이 떠오른다. 연말에는 애플이 이미 채택하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자동 잠금·해제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OS 양대산맥인 구글·애플이 서로 닮은 기능을 잇따라 내놓으며 유사해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애플 기기에 익숙한 사용자들이 구글로 넘어와도 무리 없이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이른바 ‘경험의 장벽’을 끄집어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 역시 OS 업데이트 때마다 ‘위젯(사용자 편의를 위한 도구 모음)’이나 앱을 한곳에 모아 정리하는 ‘앱 라이브러리’ 같은 안드로이드 유사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김영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쟁 OS 사용자들이 넘어올 수 있도록 공격적으로 사용자를 뺏는 경쟁의 일환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