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인 인텔과 AMD, 엔비디아 등은 4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가전 전시회 CES 2022에 기존보다 성능을 크게 높인 플래그십 칩을 나란히 내놓았다. 특히 인텔과 AMD는 노트북 프로세서 시장 등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는데, 이날 발표회에서 서로를 견제하며 향후 치열한 시장 경쟁을 예고했다.
엔비디아 또한 CES 2022를 통해 새 플래그십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내놨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와 협업해 TV 제품에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인 지포스 나우를 탑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온라인 발표를 통해 라이젠 6000 시리즈 프로세서를 공개했다. 수 CEO는 “지난 2년간 PC 출하량은 3억5000만대에 달할 정도로 놀라운 성장을 기록했다”라며 “노트북 경험을 극대화할 새로운 프로세서를 선보인다”고 했다.
라이젠 6000 프로세서는 기존 젠3 아키텍처(설계구조)를 개선한 젠3+ 아키텍처에 기반한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대만 TSMC의 6㎚(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으로 생산한다. DDR5 메모리, PCI 익스프레스 4.0, USB4 등 최신 입출력 규격을 지원하는 점도 특징이다.
라이젠 6000 프로세서는 게임과 콘텐츠 제작을 위한 H시리즈 8종, 슬림 노트북과 컨버터블용 U시리즈 2종으로 구성되며, 기존 라이젠 5000과 비교해 최대 11% 높은 싱글 스레드 성능을 보인다. 멀티 스레드 성능은 28% 향상됐다.
사이드 모쉬켈라니 AMD 비즈니스 부문 수석 부사장은 “AMD는 크리에이터(창작자), 전문가, 게이머에게 전에 없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PC 산업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라며 “라이젠 6000 시리즈는 탁월한 배터리 성능,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래픽과 최적화된 PC 성능을 가져다 줄 것이다”라고 했다.
인텔 역시 12세대 코어i프로세서(엘더레이크)의 추가 제품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새로운 칩셋은 PC용의 경우 최대 5.5㎓(기가헤르츠) 터보 클럭을 지원한다. 함께 공개한 모바일용 12세대 코어i 중앙처리장치(CPU)는 최대 14코어, 5㎓의 속도를 낸다. 이전 세대와 비교해 성능이 40% 올랐다는 게 인텔 설명이다. 인텔 측은 “세계 최고의 모바일 게이밍 CPU다”라며 “AMD 보다 게임할 때 20~65% 빠르게 반응한다”고 했다.
인텔은 CPU에 조합하는 내장 그래픽 성능도 개선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게임 ‘메탈기어솔리드’로 알려진 코지마스튜디오,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펍지와 협업할 계획이다. 신형 아크(Arc)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이전과 비교해 인코딩 속도가 1.4배 빠르다.
엔비디아는 온라인으로 새로운 GPU 플래그십 지포스 RTX 3090 Ti를 소개했다. 기존 RTX 3090와 외견상 차이는 없으나, 성능은 크게 개선됐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GDDR6X를 탑재한 RTX 3090 Ti의 메모리 클럭은 이전보다 7.7% 빨라졌으며, 성능은 10% 향상됐다. 제프 허브스트 엔비디아 사업 개발 부사장은 신제품을 가리켜 “괴물급 GPU다”라고 했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 TV에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지포스 나우를 탑재한다고 알렸다. 삼성전자의 신형 스마트 TV의 게임 전용 섹션 ‘삼성 게이밍 허브’에 포함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 밖에 구글 스태디아, 유토믹 등의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TV에서 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