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9% 감소한 6340억위안(약 118조6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화웨이의 연간 실적 확정치는 오는 3월 공식 발표되지만, 궈핑(郭平) 순환회장의 신년 메시지에서 이런 사실이 먼저 알려졌다.
3일 CNBC 등 복수의 외신을 종합해 보면, 궈핑 화웨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30일 내부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 메시지에서 "예측할 수 없는 비즈니스 환경, 기술의 정치화, 탈세계화 운동으로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라며 이런 연간 실적 전망치를 공개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우리의 통신장비 사업은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기업용(B2B) 사업은 탄탄한 성장을 경험했으며 디바이스(스마트폰) 사업은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신속하게 확장됐다"라고 덧붙였다. 핵심 사업의 두 축이었던 통신장비 사업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어간 가운데 스마트폰 사업에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 제재라는 큰 변수로 핵심 반도체 수급길이 막힌 가운데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 스마트폰 수요 감소라는 위기가 삼중고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화웨이는 2020년 하반기부터 스마트폰에서 최신 칩을 구하지 못했고,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등을 활용하지 못하게 되는 등 미국 제재를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했다. 2020년 매출은 8914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3.8% 증가하며 선방했으나, 2019년 매출 증가율(19%)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이런 기세가 2021년엔 본격적인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화웨이는 주력시장 중 한 곳이었던 내수에서조차 최근 힘을 못 쓰고 있는 형편이다. 미국 제재 직후였던 화웨이의 2020년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0%에 달했으나 지난해 3분기 점유율 8%로 크게 주저앉은 상태다. 애플이 프리미엄 수요를, 오포(23%), 비보(20%), 아너(15%), 샤오미(14%)가 화웨이 점유율을 나눠 가지고 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인기 폴더블(화면이 접히는)폰인 '갤럭시Z플립'처럼 클램셸(조개) 모양의 'P50 포켓'을 최근 현지에 내놓고 판매를 시작하며 생존을 위해 몸무림치고 있다. 다만 5세대 이동통신(5G) 칩 수급이 막히면서 4세대 이동통신(LTE) 버전이라는 점, 가격대가 일반형 기준으로도 8988위안(약 167만원)에 달해 같은 용량의 5G 삼성 '갤럭시Z플립3′ 출고가(125만원)보다도 비싸 큰 파장을 일으킬 만큼 경쟁력이 있진 않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한편 기즈차이나 등 외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새해 화웨이가 미국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자체 칩 공장을 지을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하이실리콘이라는 칩 제조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으나 생산에서만큼은 대만 TSMC 등 외부 파운드리(반도체 생산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TSMC는 미국 제재에 따라 최신 기술 칩은 생산해주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현지 파운드리인 SMIC와 손잡고 별도의 자체 칩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SMIC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미국 제재 대상에 올라 있고, 미국이 중국 핵심 기업에 대한 제재 수위를 낮출 가능성이 지금으로선 보이지 않기 때문에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