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진행된 파이로프로세싱 실험 모습.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사용후핵연료(핵폐기물)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것으로 기대되는 신기술 ‘파이로프로세싱’ 연구개발(R&D) 사업이 중단 3년 만에 조만간 재개될 전망이다. 약 20년간 8000억원에 가까운 정부 예산을 들여 개발 중이었지만 2018년 안전성과 핵확산성 우려로 중단된 후 재개 여부를 위한 연구가 진행돼 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 연구개발 적정성 검토위원회(검토위)가 이런 내용의 검토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24일 밝혔다.

민간 전문가 9인으로 구성된 검토위는 파이로프로세싱의 R&D 지속 여부를 검토했다. 검토위는 “초우라늄원소 회수율 등 17개 지표에 대한 검토 결과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로(SFR) 연계 시스템이 기술성, 안전성, 핵비확산성을 갖춘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술로서 가능성이 있다”라며 “R&D 사업을 지속하고 한미 공동 연구와 미국의 동의 획득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을 권고했다.

과기부는 권고 내용을 토대로 기술 확보와 고도화를 위한 연구 재개 여부를 오는 27일 최종 결정한다. 장기적으론 미국과 공동연구를 마무리한 후 국내 정책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용화를 검토한다.

파이로프로세싱 과정.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파이로프로세싱은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되고 남은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의 95%를 재사용하거나 완전히 태워 없애버리고 나머지 5%도 기존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보관하는 기술로 기대받는다. 과기부 산하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미국 국립아르곤연구소, 아이다호국립연구소, 로스알라모스연구소와 함께 기술 확보, 실증을 위한 연구를 해왔다. SFR은 핵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냉각재로 물 대신 나트륨(소듐)을 사용하는 차세대 원자로다. 사용후핵연료를 더 잘 연소시킬 수 있어 파이로프로세싱과 연계해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아직 본격적으로 상용화한 국가가 없다.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기 위해 압축하는 과정에서 핵무기 재료로 쓰이는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어 한반도 핵확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에서 제기됐었다. 국내에서도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안전성 우려를 내비쳤고 2018년 정부가 연구 사업의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검토위는 “다만 (사업의) 경제성의 경우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라며 “다양한 평가방법 등을 통한 분석으로 (경제성 분석의) 객관성을 확보할 것”을 권고했다. 또 “국민 수용성 제고, 대외 신뢰도 향상 등 이행이 미흡하다고 지적된 사항에 대해 보완하고 연구 성과를 적극 공개할 것”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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