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근 자동차용 반도체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1위 메모리는 물론, 수년 내 1위를 노리는 시스템 반도체까지 전방위적인 전략이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고성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그래픽 D램(GDDR) 등 자동차 메모리 반도체 솔루션을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는 해당 제조사를 테슬라로 추정하고 있다.
전기차가 기반인 테슬라는 자율주행을 비롯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 등 인포테인먼트 장치 등에 이 반도체를 활용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 2017년 업계 최초로 자동차 유니버설 플래시 스토리지(UFS·플래시 메모리의 한 규격)를 선보인 삼성전자는 해당 반도체가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서버급의 성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자동차에서 즐길 수 있는 각종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다양해짐에 따라 삼성전자의 자동차 SSD의 경우 최고 성능은 물론이고, 256㎇(기가바이트)라는 넉넉한 용량을 지원한다. 또 인포테인먼트의 중요 축인 정보(인포메이션) 전달 측면에서 테슬라 전기차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나 센터 디스플레이 등의 내비게이션 정보를 처리하는데 GDDR이 적절히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역시 마찬가지다. 테슬라의 ADAS 시스템은 라이다(LiDAR) 센서보다 카메라에 집중돼 있는데, 자동차 전·후·측방에 위치한 여러 대의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처리하고 분석하며 자동차 조작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GDDR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삼성전자는 인포테인먼트용으로 GDDR4를 공급하고, 자율주행용은 기술 수준이 높은 GDDR6를 납품한다. 촬영 이미지 데이터를 모으거나, 자율주행에 필요한 정밀지도 등을 저장하는 128㎇ UFS도 이번에 공급하기로 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전략 마케팅실장 부사장은 "전기차의 확산과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시스템의 발전으로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교체 주기는 과거 7~8년에서 3~4년으로 짧아지고, 성능과 용량은 서버급으로 발전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라며 "삼성전자는 첨단 자동차용 토털 메모리 솔루션 적기 제공으로 자율주행 시대를 가속화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했다.
시스템 반도체 측면에서는 인포테인먼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 집중하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는 인포테인먼트 AP인 엑시노스 오토 8890을 양산, 지난 2017년 아우디에 공급했고, 2년 뒤인 2019년에는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위한 AP 엑시노스 오토 V9를 개발했다.
이어 올해 현대차그룹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E-GMP에 기반한 제네시스 G60에 서라운드뷰(주변을 모두 비추는 카메라), 후방카메라용 이미지센서(CIS) 아이소셀 오토 4C를, 폭스바겐 그룹에 신경망처리장치(NPU)가 포함된 인포테인먼트 AP 엑시노스 오토 V7을 공급했다. 동시에 폭스바겐에는 업계 최초의 5세대(5G) 통신칩 엑시노스 오토 T5123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용 전력관리반도체(PMIC)인 S2VP01 등도 납품했다.
박재홍 삼성전자 시스템LSI 커스텀SOC 사업팀장 부사장은 "최신 5G 통신 기술, 진화된 AI 프로세서, 안정적이고 검증된 PMIC를 제공, 전장사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회사) 역시 자동차 반도체 생산을 위한 전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미 지난 5월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인 텔레칩스의 자동차용 마이크로 콘트롤 유닛(MCU)을 3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으로 생산 중이다.
최근 삼성 파운드리는 스위스 ST마이크로의 스마트폰 MCU를 수주, 향후 ST마이크로가 설계한 자동차용 실리콘카바이드(SiC) PMIC를 수주할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폰 MCU의 경우 삼성 파운드리의 16㎚ 공정으로 만들어지는데, 자동차용 PMIC의 경우 이보다는 기술 공정 난이도가 낮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 파운드리 매출액 중 자동차 전장 비중은 5% 내외로, 향후 (삼성전자는) 전장용 반도체 등에서 기회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한편,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자동차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 450억달러(약 53조7000억원)에서 5년 뒤인 2026년 676억달러(80조6800억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평균 성장률은 7%, 올해 1325억개였던 자동차 반도체 수요는 2027년 2083억개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