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중국 베이징에 있는 애플 스토어 전경. /EPA 연합뉴스

내년 2월 1일부터 출근·재택근무를 병행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업무'를 시작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던 애플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종인 오미크론 확산에 복귀 시점을 무기한 연기했다. 내년 1월부터 마찬가지 실험을 예정하고 있던 구글도 이를 잠정 연기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카카오와 스타트업(초기기업) 등을 중심으로 유연근무 장기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거점 오피스, 재택, 여행지 등 원하는 곳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방식이 안착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내놓는다.

18일 외신을 종합해 보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오미크론)가 출현하고 있다"라면서 "실험적 하이브리드 업무 시작을 결정되지 않은 시점까지 연기한다"라고 공지했다. 애플은 사무실 복귀 시점을 지난 6월에서 9월로, 10월로, 다시 1월로 연기한 바 있다. 애플은 월·화·목요일 주 3회는 출근, 수·금요일 2회는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하이브리드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직원들의 출근 시점을 특정하지 못하고 미루고 있는 것은 구글을 비롯해 메타(페이스북의 새 이름),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유력 글로벌 테크기업 모두 마찬가지다. 블룸버그·폭스뉴스 등 외신은 "복귀 시점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코로나 불확실성이 그만큼 기업을 정상 운영하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장기화에 이어 델타, 오미크론 등 잇단 변이 등장에 역시 재택근무를 이어가고 있는 국내 주요 테크기업도 길어지는 코로나 시국에서 업무 방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재택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네이버, 카카오(035720)가 대표적이다.

사진은 코로나 초창기였던 지난해 5월 마스크를 쓰고 출근 중인 판교 직원들. /조선DB

네이버는 재택근무 체제를 내년 3월 말까지 연장한 상태다. 네이버 관계자는 "내년 4월 제2사옥 오픈이 예정돼 있는 만큼 각자 자리가 있는 현 체제를 이어갈지, 오픈좌석 등을 통한 자율근무,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으로 하게 될지는 그전까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지난 2년간의 코로나 시국 동안 재택근무를 실험해 온 네이버가 글로벌 기업들처럼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카카오 역시 4~5월에 걸쳐 판교 신사옥 입주가 예고돼 있어 새해부터 업무 방식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측은 "코로나가 이어지고 있어 현재로선 어떤 것도 단정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몸집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스타트업 사이에서는 '직방(부동산 정보업체)'처럼 영구 재택근무를 내걸거나 '토스(핀테크 스타트업)'처럼 자율 재택근무를 직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 있다. '야놀자(여행 플랫폼)'처럼 휴가지에서 업무를 허용하는 워케이션(work+vacation) 트렌드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구인난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이 유연근무를 희망하는 좋은 인재를 끌어오기 위한 '당근책'이기도 하다.

또 다른 여행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의 이동건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코로나로 힘들게 간 여행지에서 장기 체류하는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일과 여행의 경계, 여행지와 일터의 경계 사라지고 젊은이들 사이에선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넘어 워트밸(work and travel balance·일과 여행의 균형)에 대한 니즈도 커지고 있다"라고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다만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재택이나 원격근무를 허용할 수 있는 곳은 일의 과정·결과물을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기업이나 직무에 한정될 것"이라면서 "기술자 중심의 글로벌 굴지의 테크기업조차 출근을 어느 정도 강제하는 하이브리드 업무를 재개하려고 준비 중인 것은 이에 대한 고민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국내 기업도 무작정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단 냉정히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