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내년 하반기 출시할 아이폰14(가칭)에 펀치홀(카메라 구멍) 디스플레이를 적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아이폰 공급망에 포함돼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중국 BOE의 표정이 엇갈린다.
이미 갤럭시 시리즈에 펀치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대량 공급한 이력이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여유로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LG디스플레이는 공급 경험은 없지만 펀치홀 디스플레이의 기술 난이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반면 공급 경험이 있지만 디스플레이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BOE는 일단 애플이 요구하는 기술 수준을 따라가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폰아레나 등 해외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등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출시할 아이폰14 시리즈 고급 모델인 프로의 전면 디자인에서 ‘노치’를 빼고 펀치홀을 적용한다. 노치는 디스플레이 상단의 일정 부분을 카메라 모듈과 센서 등에 할애하는 디자인으로, 생김새가 한자 ‘오목할 요(凹)’자와 유사하다. 이 때문에 ‘M자 탈모’라고도 불린다. 애플은 페이스ID라는 안면인식 보안기술을 위해 노치 디자인을 지난 2018년 출시한 아이폰X(텐)부터 최근 내놓은 아이폰13까지 유지하고 있다.
애플이 노치 대신 적용하려는 펀치홀 디자인은 전면 스크린을 카메라 모듈의 동그란 원만 남기고 모두 디스플레이로 채우는 것이다. 지난 2018년 삼성전자 갤럭시A9 프로에 처음 적용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는 해당 디스플레이 패널에는 ‘인티니티 오(O)’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LG전자 역시 펀치홀 디자인을 과거 플래그십(최상위) 모델 LG 벨벳2 프로, Q70, Q52 등 Q시리즈 등에 적용했다. 하지만 해당 패널은 LG디스플레이가 아닌 중국 BOE로부터 공급받아 왔다. BOE에서 납품했던 디스플레이는 서브픽셀 방식의 능동행렬OLED(아몰레드)와 광시야각(IPS) 박막트랜지스터(TFT)-액정표시장치(LCD) 등으로 파악된다.
애플이 아이폰14에 펀치홀 디자인을 채택하기로 한 것은 최근 애플의 제품 전략과 무관치 않다. 애플은 전 제품에서 기본 모델과 고급 모델(프로)의 디자인 차이를 두고 있는데, 이는 기능·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는 프로 제품의 로열티를 높이기 위해서로 해석된다. 즉 프로 제품이 더 고가인 만큼 디자인에서도 확실한 우위점을 만들어 소비자 충성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아이폰14는 기존 모델에는 노치를 그대로 적용하고, 프로에만 펀치홀 디자인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14 디자인 변경에 따라 애플 디스플레이 공급 업체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가진 삼성디스플레이의 영향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아이폰13 프로의 OLED 패널을 전량 공급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펀치홀 디스플레이 대량 공급의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이폰14 프로에서도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디스플레이 제조 장비 업체 필옵틱스와 베트남 공장에 설치할 269억원 규모의 장비 공급계약을 맺기도 했다. 업계는 이 장비가 펀치홀 디스플레이 구현을 위한 레이저 시스템으로 이해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해당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 않지만, 펀치홀 디자인을 구현하는 것은 기술적 난이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본다. 그보다는 애플이 현재 아이폰 프로 디스플레이에 요구하고 있는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TFT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LG디스플레이가 펀치홀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생산 단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라며 “기술적으로 구현에 어려움이 없는 만큼 LTPO TFT OLED를 펀치홀로 가공해 내년 아이폰14 프로에 납품하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BOE는 펀치홀 디스플레이 개발 및 양산 경험은 있지만, OLED 기술력에서는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애플 요구대로 BOE 역시 LTPO TFT OLED를 개발하고 있으나, 빨라야 2023년 양산이 예상된다. 그때까지 BOE는 기술 난이도가 낮은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TFT 방식의 OLED만 생산해 아이폰 기본 모델용으로 애플 측에 납품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삼성에 이어 LG디스플레이와 BOE까지 OELD 공급망을 펼치고 있지만, 품질에 대한 요구 수준과 이를 만족하는 공급망은 철저하게 구분하고 있다”라며 “아이폰14 프로에 더 높은 수준의 기술 수준을 요하는 OLED 패널을 적용하는 만큼 삼성디스플레이 지위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고, 오히려 애플이 OLED 적용 제품 확대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에 수혜가 예상된다”고 했다.